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법원 심문을 하루 앞두고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지 9일 만이다.
웅진그룹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금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책임을 다하고자 했으나 여러 오해가 생기고 있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는 윤석금·신광수 공동대표에서 신광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자 결국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달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윤 회장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웅진코웨이와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의 차입금을 조기에 상환했다는 점과 부인과 계열사 임직원이 법정관리 신청 전 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회장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속화됐다.
이처럼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채권단이 법원 심문을 앞두고 윤 회장의 경영 배제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으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임함에 따라 당초 예상됐던 사재출연은 없던 일이 될 전망이다. 웅진그룹 측도 "윤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윤 회장의 사퇴 카드에 대해 채권단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물러나도 뒤에서 조정할 수 있는 웅진 측 사람이 관리인으로 임명된다면 윤 회장이 앉아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채권단은 법정 심문에서 웅진 측 인사의 법정관리인 배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도 웅진그룹 회장으로서의 지위는 변동이 없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의 지분 73.92%를 보유한 1대 주주다.
한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회생절차를 시작할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원의 심문은 5일 오후 4시30분에 시작된다. 이날 심문에는 윤석금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채권자협의회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