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가는 4번타자의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윤석민(27·두산)이 '두목곰' 김동주의 뒤를 이어 두산의 4번타자로 가을 잔치에 나선다. 데뷔 후 처음 밟는 가을 야구 무대다.
윤석민에게 올해는 '특별함' 그 자체다. 그 역시 올 시즌을 돌아보며 "특별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올 시즌 109경기에서 타율 0.291 84안타 10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팀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타선을 이끌었다. 동명이인 KIA 에이스 윤석민이 아닌 '두산의 4번타자' 윤석민의 이름을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윤석민은 "올 시즌 치르면서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질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도 때려냈다. 윤석민은 지난 8월 23일 잠실 넥센전서 2-2로 맞선 상황에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쳤고 당시 연패에 빠져있던 두산은 그의 홈런으로 5연패를 탈출했다. 그는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를 꼽으며 "그땐 정말 야구하기 잘했구나 싶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석민은 지난 2004년 프로 데뷔 후 '제2의 김동주'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닐 정도로 기대를 많이 받던 타자지만 1군무대 보다는 2군에서 뛰며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해 80경기에 나서 타율 0.287를 기록했고 올 시즌엔 김동주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며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윤석민은 4번타자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오랜만에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며 "그 기회를 정말 꼭 잡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제 그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8일 시작하는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서는 것이다. 윤석민은 9월부터 타율 0.372, 4홈런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이며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걱정거리는 있다. 롯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15경기서 타율 0.176(34타수 6안타)에 그쳤다. 사직 구장에선 9경기에 나서 0.045(22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 역시 "롯데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고 했다. 하지만 '4번타자'로서 쉽게 물러날 수는 없다. 윤석민은 "롯데 투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며 준비하고 있다. 4번타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겠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