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준플레이오프는 박준서(31·롯데)로 시작해 박준서로 끝났다. 처음 치르는 '가을 축제'에서 벌써 두 번이나 MVP를 따내며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박준서는 8일 두산과의 준PO 1차전에서 3-5로 뒤지던 8회말 대타로 타석에 나와 투런 홈런을 때려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준PO 역대 5번째이자 포스트시즌 역대 17번째 대타 홈런으로 그는 1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12일 4차전에서는 3-3으로 맞선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해 손아섭의 희생 번트로 2루에 안착했다. 이후 프록터의 폭투 때 3루까지 내달렸고, 양의지의 송구가 빠진 틈을 타 홈을 밟아 끝내기 결승득점을 올렸다. 4차전 MVP도 그의 몫이었다.
박준서는 올 시즌 2001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최다인 87경기에 나서 타율 0.275(182타수50안타) 2홈런 12타점을 올렸다. 주전들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든든한 백업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번 가을 야구 무대에서는 당당한 주인공이 됐다. 그는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들뜬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박준서는 "처음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이라 의미도 크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두더라도 큰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준PO에서 9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4득점을 올리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지만 그는 여전히 "나는 백업이다. 대타나 대수비가 내 몫"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그날 하루 박수 받고 주목 받았으면 됐다. 다음 경기엔 다른 선수가 주목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그 주목을 받는 선수가 나라면 더 좋긴 하겠지만 큰 욕심은 없다"며 웃었다.
- 가을 야구 첫 타석 홈런을 때렸는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승패에 관련된 홈런 쳐서 정말 기분 좋았다. 나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인 것 같다."
- 1차전에서 MVP를 받았는데 잠은 잘 잤나.
"그날 정말 잠을 못 잤다. 처음에는 실감도 안 났다. 숙소들어와보니 전화가 많이 와 있더라. 그때서야 실감이 많이 났다. 그 부분을 인터넷으로 계속 다시보기로 봤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나서 들뜬 마음에 잠을 못 잤다."
- 야구하면서 들떠서 못 잤던 적이 있었나.
"기억으로는 아마추어때 전국대회 우승 후 처음인 것 같다. 고등학교 3년학 때니까 2000년도 이후 처음으로 겪어본 일이다. 이번엔 그때 보다 훨씬 더 큰 무대였으니 더 몇 배로 큰 것 같다."
- 4차전에서도 MVP를 받았다.
"4차전에서 MVP는 중요하지 않다. 연장 10회에 3루 갔다가 홈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맞이하는 짜릿함이 있었다. 내 야구 인생 중 처음인 거 같다. 홈런 친 것 보다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 홈으로 뛰어 들면서 어떤 생각했나.
"처음에는 3루 갈 때 볼이 뒤로 빠진 줄 알고 뛰었다. 3루로 공이 날아오길래 속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빠지면서 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급한 마음과 다르게 다리가 너무 안 나가니까 허공을 뛰는 기분이더라. 홈에 막 들어왔을 때 심정은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다. 그 다음날(13일)에도 그 부분을 계속 다시 보기로 봤다. 부인이 '그만 좀 봐라'하더라."
- 플레이오프 각오는.
"내가 백업으로 뛰든, 선발로 나가든, 안 나가든 항상 즐기고 싶다. 각오는 딱히 없다. 사실 내가 안 나가고 이기는 게 더 좋다. 백업인 내가 안 나가고 주전들이 한다는 건 승리를 쉽게 한다는 거니까. 나는 뒤에서 서포터하는 사람이다. 내가 대타로 나가든 대수비 나가든지 그냥 즐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