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를 제대한지 이제 약 한달. 아직 민간인 같지 않은 고차원(26·전남 드래곤즈)이 제대 후 2경기 출전만에 넣은 골에 겸손함을 보였다. 고차원은 지난 7일 K-리그 35라운드 대구 FC전에서 후반 35분 골을 넣었다. 골키퍼와 수비수, 공격수가 혼전인 상황에서 재치있게 공을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이 없었다면 후반 38분, 49분에 터진 대구의 연이은 골로 전남이 지면서 승점 1점도 못 챙기는 상황이 될 뻔했다. 비록 결승골은 되지 못했지만 고차원과 전남에는 의미있는 골이었다. 고차원은 이날 골을 넣으면서 하석주 전남 감독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하 감독은 "고차원이 군대에서 많이 달라져서 돌아왔다"며 "원래 스트라이커를 해야하는 선수인데, 상무에서 측면에서 자주 뛰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게 됐다. 앞으로 계속 기용할 계획이다"라고 흡족해했다. 업그레이드 돼 돌아온 고차원은 "이게 다 군대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대하자마자 골을 넣었다. 기분이 어떤가.
"그냥 주워 먹은 골이다. 골문 앞에서 혼전인 상황에서 골키퍼가 넘어져있어서 공을 그냥 차 넣었을 뿐이다.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우리 팀이 먼저 두 골을 넣고도 이기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제대 후 대전전에서 교체 출전한 이후 대구전에는 선발 출전했다.
"제대한 지 한달이 조금 넘었는데 팀에 적응을 빨리 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나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아 친해지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입대 전에는 내가 거의 막내였는데 돌아오니 중고참 선배가 됐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라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군 문제가 해결돼 한결 편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상무 입대 전에는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무에서는 주전으로 활약했다. 비결이 있나.
"상무여도 부대 생활이라는 게 있다. 일반적인 군인처럼 군사훈련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부대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그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무조건 부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러다보니 선발 출전을 많이 한 것 같다(웃음). 상무에서 배운 점도 많다. 100경기, 200경기씩 뛴 선배들과 생활하면서 내 자신을 많이 단련시켰다. 특히 최효진(FC 서울) 형과 같은 숙소 쓰면서 친해졌는데 많이 배웠다."
-2년의 공백 후 돌아와보니 전남이 강등권이다.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경험이 부족해 팀이 어려움에 빠진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라 그라운드 안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급하게 경기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대전전에 교체되서 들어갔는데 바로 대전에서 골이 나와 마음이 급해져 서두르다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나부터 좀 더 신중한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특히 (이)운재 선배를 중심으로 수비수들은 단결하고 있는데, 공격수들은 아직 우왕좌왕하는 게 있다. 내가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하석주 감독은 선수들과 개인 면담을 자주 갖는다고 들었다.
"나도 개인 면담을 했다. 대전전 끝나고 감독님이 부르셔서 가보니, 감독님이 대뜸 '왜 촌놈처럼 볼을 차냐?'고 화를 내셨다. '그라운드에서 독종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많이 반성했다. 생각해보니 올해 무릎과 허벅지를 다치면서 나도 모르게 경기장에서 몸을 움츠리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올 시즌 초반 죽기 살기로 하겠다는 마음을 잠시 잊었던 거다. 감독님 말씀을 새기고 다시 대구전에서 물불 안 가리고 뛰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팀 강등 탈출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매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붙박이 주전이 되어야 하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파워가 약하다는 생각에 체력 증진도 열심히 하고 있다. 코어운동(중심이 되는 근육을 단련시켜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운동)도 시작했다.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