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52) 감독은 2년째 롯데를 지휘하고 있다. 2년차 감독과 롯데. 그 사이에는 절묘한 궁합이 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을 때는 늘 감독이 2년차를 맞이한 시즌이었다. 4차례가 모두 그랬다. '2년차 감독 평행이론'이라 부를 만하다.
롯데는 1983년 박영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중도퇴진하자 강병철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강 대행은 후기리그 50경기를 치른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듬해인 84년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KS까지 진출했다. 롯데는 삼성에 비해 전력이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첫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혼자서 KS 4승을 올린 최동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강병철 감독은 91년 롯데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두 번째 시즌에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는 92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4위 삼성과 준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끝냈다. 플레이오프에서 해태를 3승2패로 누르고 KS까지 올라간 롯데는 정규시즌 1위 빙그레마저 4승1패로 꺾고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강 감독은 2년차 이내의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팀을 재편했다.
롯데의 감독 2년차 KS행은 3년 뒤 또다시 재현됐다. 94년 취임한 김용희 감독은 첫해 6위에 머무르며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다음 시즌에서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고, 3, 4위의 승차가 3.5경기 이상일 경우 준PO가 무산되는 규정에 따라 PO까지 직행했다. 롯데는 2위 LG를 누르고 3년 만에 KS 무대를 밟았다. KS에서 OB(현 두산)에 3승4패로 지긴 했지만 220개의 도루를 성공시킬 정도로 롯데의 강점인 '뛰는 야구'를 극대화시킨 덕분이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99년 당시 사령탑인 고(故) 김명성 감독도 98년 대행을 거쳐 두 번째 시즌에서 KS 진출을 이뤄내 준우승을 차지했다.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양승호 감독은 올해 준PO를 거치면서 "선수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롯데는 과감한 작전 구사와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 등 한층 나아진 벤치워크를 선보였다. 팀과 선수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끝내면서 100%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가 플레이오프에서 SK를 꺾고 '2년차 감독' 평행이론을 또다시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