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가 시즌 초반 팀을 쪼개 두 팀으로 나눠 경쟁시키는 이색적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양 오리온스와 개막전을 치른 KT는 이 경기에서 색다른 선수구성을 가지고 나섰다. 1쿼터에는 선발로 김명진-조동현-송영진-제스퍼 존슨-서장훈이 뛰었다. 그런데 2쿼터에 선수 전원을 교체해서 김현중-조성민-김도수-장재석-대리언 타운스가 나왔다. 마치 KT-A팀과 KT-B팀이 나선 듯한 파격적인 전술이다.
전혀 다른 2개의 팀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조합이 무릎을 탁 칠만큼 최적의 조합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1쿼터 선발팀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신인 포인트가드 김명진을 보완하기 위해 센스 좋은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을 함께 기용했다. 존슨이 골밑에서의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전노장 센터 서장훈을 붙였다. 내·외곽을 두루 갖춘 송영진과 조동현이 중심을 잡았다.
2쿼터 팀은 또 다른 성격이다. 김현중과 조성민이 나서면서 앞선인 가드진이 더 묵직해졌다. 센스 있는 김도수와 패기 넘치는 장재석이 포워드진에서 높이의 우위를 가져가면서 타운스가 골밑을 지키는 조합이다.
오리온스는 KT의 변칙작전에 당황해서 '우승 후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KT는 1쿼터 23-15, 2쿼터까지 49-35로 크게 앞서나갔다가 후반 뒷심부족으로 역전패했다.
KT의 이같은 시스템은 올 시즌 직전 최악의 상황을 맞은 가운데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이 작전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창진 KT 감독은 "조성민, 김도수, 조동현, 송영진, 서장훈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개막 직전까지도 잔부상에 시달렸다. 주전들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조합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장점은 시즌 초반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전 감독은 "초반부터 베스트 5가 굳어지면 많이 뛰는 선수와 벤치 멤버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는데, 뛰는 시간이 서로 엇비슷하니까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장점은 또 한 가지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실험을 하기 좋다는 점이다. KT 코칭스태프는 당분간 1라운드 중반 정도까지 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베스트 5를 찾아간다는 복안이다. 전 감독은 "파격적인 실험은 아니다. 이미 2009년 처음 KT에 왔을 때 포워드 자원이 많아서 이렇게 팀을 나눠서 뛰는 듯한 시스템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