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이머들 사이에서 '롤드컵'이 화제다. 롤드컵은 미국 게임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세계 최고를 가리는 e스포츠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을 이르는 말. 월드컵에 버금가는 세계대회라며 팬들이 붙인 이름이다.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열린 지난해 시즌1과 달리 올해 시즌2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개 지역에서 참가하면서 롤드컵의 면모를 갖췄다.
지난 13일 미국 LA에서 열린 결승전은 월드컵만큼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특히 롤드컵 중심에는 e스포츠종주국인 한국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2',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을 제치고 글로벌 e스포츠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롤드컵 현장을 직접 찾았다.
1만 관중 열광의 도가니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위치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농구경기장 가렌센터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한국팀 아주부 프로스트와 대만의 타이페이 어쌔신 등 아시아팀 간의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10시간 전인 오전 9시에 이미 500명이 넘게 줄을 섰다. 오후 4시께에는 가렌센터 건물벽을 따라 생긴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경찰들까지 충동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관람객들은 LOL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복장으로 코스프레를 하거나 결승전 진출팀을 응원하는 피켓을 직접 제작해왔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한 여성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림에 응원 구호를 써오기도 했다. 이들은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입장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왔다는 세라 클릭(여·25)은 "믿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e스포츠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조지아주에서 달려온 아담 브레이런(28)은 "친구들과 취미로 하던 게임이 대규모 e스포츠대회로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멋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상 3층에 1만3000석의 경기장은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삽시간에 만원이 됐다. 개막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주최측이 선물을 나눠주며 대회 구호인 '우리는 챔피언(We are champion)'을 유도하자 다 같이 연호하고 야광 응원봉을 박자에 맞춰 두드리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등 축제에 온듯 즐거워 했다.
열기는 경기가 펼쳐지면서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선전할 때에는 팀명을 연호하며 응원했으며 질 때에는 아쉬운 탄성을 터트렸다. 마치 농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관중들은 4시간이나 걸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우승팀이 탄생하자 모두 일어서 경기장이 들썩일 정도로 환호했다.
롤드컵에 한국 있다
e스포츠 노하우가 전무한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롤드컵을 개최하면서 한국 e스포츠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권정현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이사는 "대회 기획에서부터 운영, 중계에 이르기 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했다. 트레비스 조지 시니어 프로듀서도 "이번 결승전을 위해 새벽마다 일어나 한국의 LOL 대회를 모두 봤다"며 "온게임넷(게임방송 케이블채널)와 e스포츠팀이 직접 와서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롤드컵 곳곳에서 한국 e스포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e스포츠 전문 중계진을 둔다거나 관객들에게 야광 응원봉을 나눠져 선수와 호흡하며 재미있게 응원을 즐기도록 하는 등이다.
라이엇게임즈가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발전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브랜든 벡 라이엇게임즈 공동 창업자는 "한국은 e스포츠의 성지다. 북미는 이제 떠오르고 있고 중국도 역시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서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롤드컵은 한국형을 지향할 전망이다. 니콜로 러렌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은 "한국은 라이엇게임즈의 미래를 보는 수정구"라며 "e스포츠의 미래를 볼 때 한국을 보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