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김성주 MCM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대성그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김성주 회장이 박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자으로 영입된 지난 11일 이후 대성합동지주, 대성홀딩스, 대성산업, 대성에너지 등 대성그룹 관련주들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성그룹과 관련해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대성그룹 관련 지주회사 명칭을 사용하는 기업이 두 개라는 사실이다. 대성합동지주(Daesung Group Holdings)와 대성홀딩스(Dasung Holdings)가 바로 그 회사들이다. 어떻게 대성그룹은 지주회사가 두 개일까? 그에 얽힌 속사정을 알아봤다.
대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두 개가 된 사연은 12년 전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이 작고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47년 대성산업을 창업한 고 김 회장은 슬하에 3남3녀를 두었다. 고 김 회장은 2000년 10월 84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장남에겐 모기업인 대성산업을, 차남에겐 서울도시가스를, 3남에겐 대구도시가스 경영권을 물려줬다.
하지만 골고루 계열사를 물려주며 3형제가 서로 도우며 경영하기를 바랐던 고 김 명예회장의 바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별세하자마자 주식 매각 가격 문제로 형제 간 유산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장남김영대 대성 회장의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62.94%)과 대구도시가스 지분(26.3%) 정리가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장남 대 차남·3남으로 편이 갈려 주식 매수전과 주총 표 대결에 이어 법정분쟁으로 까지 비화됐다. 3개월가량 지속된 이 분쟁은 그룹 원로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정리됐다.
하지만 곧바로 장남 김영대 회장과 3남 김영훈 회장사이에 ‘대성그룹 회장’ 호칭 사용을 놓고 정통성 싸움이 이어졌다.
당시 김영대 회장은 장남이자 모기업인 대성산업을 물러 받았기에 대성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3남 김영훈 회장은 “그룹을 분할 해 경영한다는 합의만 있었지 누가 대성그룹 회장 호칭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대성그룹 회장 호칭을 고집했다. 회장 호칭 신경전은 김영대 회장이 호칭에서 그룹을 떼고 ‘대성 회장’을 사용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잠잠해지는가 했던 형제간 다툼은 2009년 지주회사 명칭을 놓고 다시 시작됐다.
2009년 10월 3남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의 명칭을 ‘대성홀딩스’로 변경해 상장했다.
그런데 2010년 5월 김영대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기존의 대성산업을 ‘㈜대성지주’로 변경하며 증시에 상장하자, 8개월 앞서 ‘대성홀딩스’를 상장한 김영훈 회장은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홀딩스가 지주회사란 의미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장남은 기존 대성지주 상호를 포기하고 2011년 1월부터 ‘대성합동지주’라는 명칭을 내걸고 있다.
이때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그룹(SCG)으로 ‘대성’ 상호명을 빼 갈등의 소지를 없애며 뒤로 빠졌다.
하지만 장남과 3남의 대성 상호명의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싸움은 계속됐다. 3남 김영훈 회장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장남 김영대 회장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9월 10일 법원은 3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 상호를 한발 먼저 등록한 점을 고려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합동지주 측은 “재판부가 겉으로 드러난 선후관계만 갖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제의 관계, 회사의 역사 및 정통성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해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형제간 재산다툼으로 인해 대성그룹은 장남과 삼남이 대성그룹과 대성지주라는 호칭을 놓고 법정분쟁까지 벌이는 상황까지 이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