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나가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을 지나다 보면 이제 명동은 우리만의 명동이 아닌듯 싶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거기에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다. 별의별 물건들을 파는데 짝퉁의 대가 나라답게 중국보다 수준이 높은 짝퉁을 당당히 팔기도 하고(결국 중국산인가). 요즘은 자정 노력으로 싸구려 저급한 호객 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 화장품 가게와 옷가게는 사람들로 넘친다.
난 대학을 바로 근처에서 다녀서 거의 매일 명동을 돌아 다녔다. 90년도였다. 그 유명한 칼국수 집도 그대로 있다. 고무를 배 아래쪽에 대고 바닥에 누워 이것저것 쌓은 판매대를 끌며 장사하는 그 분은 아직 계신지 모르겠다. 또 하나 내가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 명동 성당에서 내려와 백화점 큰 길 쪽으로 가다보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이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갈 때만 그러고 나와서 외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가끔은 그 옆에 돈을 넣을 수 있는 통 갖다 놓고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까지 있어서 얼마나 종교 갈등 없이 편히 존중하며 어울려 사는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암튼 불신지옥을 외치는 그 분은 긴 막대기에 그것을 적어 이미 믿음으로 가득 쉬어 버린 목소리로 종일 외치고 있다. 난 지금 특정 종교를 비하하거나 사이비를 따지고 들 마음도 없다. 저건 분명 자기 맘이다.
자, 그럼 왜 불신지옥을 저리도 강하게 외칠까? 물론 전도가 목적일 것이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 교회 가라고 소개 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전도는 신도로서 해야 할 마땅한 소명이기도 하다. 그럼 저 사람은 자신의 열성적인 불신지옥 외침에 사람들이 ‘아~당장 교회로 뛰어 가야지!’ 라고 느껴 전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그럼 실제로 그 외침을 보고 그 자리에서 믿음의 불기둥이 불끈 용솟음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생각 보다 미약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두고 내 주변의 교회 친구들과 또는 SNS의 다수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나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을 좋아 하지 않았다. 교회를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가끔 내가 모자에 안경을 쓰고 혹은 그냥 내 모습으로 말을 몇 번 걸어 보았는데 의외로 멀쩡한 대화를 하시는 분이었다.
간혹 지하철에서 터미널 등에서 ‘믿어라’ 를 외치거나 내 옆자리에 슬그머니 다가와 돌아가신 큰 아버지를 잊지 못해 평생 혼자 사시며 가끔 오는 나를 보며 예뻐해 주시는 큰엄마의 인자한 표정으로 ‘도를 아세요?’ 같은 무진장 개그 콩트 같은 상황을 만드는 이들의 특징은 그냥 자기 방식으로 죽어라 다니는 것이다. 이것을 정신 이상으로 보기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의외로 멀쩡한 분들이 많다. 전도를 할 바에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 매장 각 지역의 판매왕이 교회에서 강의를 하면 어떨까? 사람에게 다가서는 화술을 배우고 상대의 마음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방법 말이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라고 할 때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악을 쓰면서 상대 종교 비난하고 '내꺼만 믿어!!'를 외치면 오히려 있던 관심도 떨어진다.
요즘 SNS는 슬슬 대선 격전지 진영을 갖추고 있다. 내 후보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상대 후보 씹어 돌리기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저급한 욕에 유언비어로 혼자 꽥꽥거리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이들은 자신과 맞지 않으면 무작정 물어뜯고 시비를 건다. 잘 생각해 보면 이들도 지하철에서 명동에서 불신지옥을 외치는 이들과 같다. 자신은 대단한 정치 발전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자신으로 인해 오히려 그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 까지 미워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상대 후보에게 가하는 비난도, 공격도 잘 생각해 보고 해야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