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산 KT는 특별한 센터 2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38·207cm)과 '슈퍼 루키' 장재석(21·203cm)이다.
서장훈은 한국 농구의 어제를 이끌었던 선수다. 장재석은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다. 서장훈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장재석은 올해 입단한 새내기다. 무려 17년 차. 장재석은 서장훈을 형이라고 부르지만 사회에서 만났다면 아저씨라고 부르기 쉬운 나이 차이다.
프로통산 첫 1만 득점, 5000리바운드. 후배 장재석은 이런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운 선배가 존경스럽다. 선배 서장훈은 이제 막 프로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장재석의 젊음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일간스포츠가 두 사람을 함께 만났다. 한국 농구 신-구 세대를 대표한 두 센터의 훈훈한 수다를 KT 훈련장인 경기도 수원 올레 빅토리움에서 들어봤다.
◇ 신인을 위한 베테랑의 조언 "강한 멘탈과 몸관리 필수야"
- 장재석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서장훈(이하 서) "연습 경기 때도 봤는데 충분히 좋은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1순위로 뽑혔는데 당연히 좋은 선수 아닌가. 미래에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 최고 센터와 한 팀에서 뛰게 됐는데 어떤가.
장재석(이하 장) "많이 설렜다. 또 프로 무대에 들어와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장훈이 형한테 많이 배우고, 더 큰 꿈을 갖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 무려 17세 차이인데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가.
서 "재석이는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을 거다. 밥 먹을 때나 훈련 때 얘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장 "입단한 지 얼마 안 됐고, 한동안 2군 생활을 해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1군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장훈이형과 많이 얘기하고 있다. 잘해 준다. 특히 코치들이 잘 알려주지 않는 걸 장훈이형이 따로 불러 기술이나 경기 운영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 신인들을 보면 어떤 말 해주고 싶나.
서 "큰 족적을 남기고 싶다면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면 안된다. 한 두가지 잘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남들보다 정신력도 강해야한다."
- 대선배의 조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 "깊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조언을 들으니 더 자신감이 생긴다."
- 서장훈의 어떤 점을 닮고 싶은가.
장 "용병들 앞에서 당당하게 리바운드하고 득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야구하다 농구한 서장훈, NBA 보고 꿈 키운 장재석
- 둘 다 부산 KT라는 새 둥지에서 한 시즌을 맞게 됐다.
서 "상당히 부담스럽기는 하다. 새로 와서 의욕적으로 한 시즌을 맞으려 했는데 출발이 안 좋아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점점 손발을 맞춰가고 분위기가 바뀌면 좋아질 거다. 작년에도 KT는 초반 성적이 안 좋았지만 결국 6강에 오르지 않았나."
장 "형들과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모두 좋은 분이 너무 많다. 빨리 적응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 KT 분위기는 어떤가.
서 "얘기 잘해야 할텐데…(웃음)"
장 "강한 훈련이 좋다. 또 선배들과 코치들, 트레이너들도 좋다."
서 "일단 농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있다. 구성원이나 시설 등 모든 부분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마음에 든다."
- 서장훈 입장에서는 은퇴 시즌이라 감회가 남다를 텐데.
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했다. 모든 순간들이 내게 소중했다. 동시에 아쉬운 점도 많다. 1만 득점, 5000리바운드 기록도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있다. "
- 처음 선수 생활했을 때를 회상한다면 어떤가.
서 "초등학교 때 야구를 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때는 부담도 없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농구 자체를 즐겁게 했던 시절이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장 "어렸을 때 NBA 농구를 정말 많이 봤다. NBA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농구를 시작했고, 나름대로 목표도 있었다. 그땐 새크라멘토에서 뛰던 크리스 웨버를 동경했다."
◇ 당당한 은퇴-성장하는 선수 꿈꾸는 두 센터
- 농구하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사람은 없나.
서 "지금 생각하면 내가 득점을 하는데 어시스트를 해준 모든 선수들, 그리고 뒤에서 열심히 지도해준 모든 감독님들이 다 고맙다. 누가 하나 집어서 고맙고 감사한 사람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서운할 것 같다. "
장 "개인적으로 오세근 선수와 인연이 있다. 세근이형 때문에 중앙대를 갔을 정도였다. 일부러 내가 자청해서 2년 동안 방도 같이 썼다. 경기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로 들어오고나서 세근이형이 "장훈이형한테 많이 배울 거다.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
- 새롭게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는데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게 있나.
장 "대학시절 감독님이 덩크를 많이 하라고 권유했다. 덩크슛을 하면서 점프력이 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일부러 야간 훈련 때 선형이형하고 덩크슛 연습도 했다. 못 해도 자신있게 하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물론 덩크슛을 잘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웃음)."
- 어쨌든 새 시즌이 막 시작됐다.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 나가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그만 두고 싶은 게 최종 목표다."
장 "어렸을 때 프로 선수가 되면 프로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돼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합을 하면서 선배들한테 많이 배우고 더 나아지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서장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
장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함께 계속 뛸 (송)영진이형이나 (조)성민이형 등 다른 형들이 많이 도와줄 거다.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