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4) SK 감독이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오늘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전한 내용입니다." 이 감독은 26일 오후 1시30분 인천 문학구장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에서 2패로 몰린 상황,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확실히 부담을 느끼더라. 한 마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조언은 12분 동안 이어졌다.
이 감독은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대단한 일이다"라는 칭찬으로 운을 뗐다. KS 2패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기암시가 이어졌다. 이 감독은 "우리가 대구 원정에서 2패를 했다. 삼성이 홈에서 두 번 승리한 것이다. 우리도 홈에서 2연승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KS 3·4차전은 27일과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이 감독은 "이제는 홈이다. 우리 팬들이 더 많다. 신나게 하자"고 분위기를 바꿨다. 이 감독은 "웃어라. 즐겁게 야구 하자.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게임 아닌가. 너희는 즐겁게 야구 할 자격이 있다"고 당부했다.
전략적인 부분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초구부터 치는 적극성은 권장한다. 그러나 아무 공이나 치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너무 굳어있기 때문에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는 것이다"리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아닌 팀을 위해 뛰어라. 우린 팀을 위해 뛸 때 강한 SK가 된다"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언급'은 짧게 끝냈다.
이 감독은 "2007년을 떠올려라. 당시 우리가 두산을 상대로 2패를 하고 4연승을 거둬 우승하지 않았나. 그 기적을 이룬 선수들이 바로 너희"라고 했다. 이 감독은 2007년 KS에서 수석코치로 뛰었다. 2012년 KS 엔트리에 포함된 26명 중 11명이 2007년 '대역전극'을 직접 이뤄냈다. 이 그 기억을 일깨우려 했다.
이 감독은 또 하나의 낙관론으로 미팅을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KS에서 2연패 뒤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7%(15번 중 1번)라고 하더라. 다들 '정말 낮은 확률'이라고 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7%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7가지를 당부한 이 감독은 KS 3차전 라인업을 하루 전에 발표하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KS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왔던 이호준이 4번타자로 복귀하고, 임훈이 이번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선발출전(9번·우익수)한다. 다른 타순에는 변화가 없다. 이 감독은 이광근 수석코치를 불러 "선발로 나올 선수들에게 미리 알리라"고 했다. "조금 이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만수 감독의 7계명 ①원정에서 두 번 졌다. 우리도 홈에서 2승할 수 있다. ②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 신나게 하자. ③웃어라. 즐겁게 하자. 너희는 즐겁게 할 자격이 있다. ④너무 굳어있다. 아무 공이나 치면 안 된다. ⑤개인 아닌 팀을 위해 뛰어라. ⑥2007년을 떠올려라. 잊지 말라. 너희는 해냈다. ⑦7%의 가능성. 이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