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반환점을 돌고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내년 3월 카타르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6월 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 등 네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4경기를 치른 현재 2승1무1패로 이란에 골 득실차(한국 +5, 이란+1)에 앞선 1위에 올라 있다.
오는 11월 호주와 평가전을 앞둔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을 만나 '국가대표 감독'의 고민과 속내 그리고 내년 네 경기 준비에 관해 들어봤다.
최 감독은 "지금은 의미없는 조 1위다. 최종예선을 90분 경기에 비유한다면 0-1로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국(전북)을 내년 3월에는 뽑을 생각이다. 박주영(셀타 비고)과 최선의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승점 7점을 얻고 반환점을 돌았다. 괜찮은 성적인가.
"아니다. 의미없는 조 1위다. 당초 목표는 4경기 승점 10점(3승 1무)이었다. 대략 승점 14~16점이면 본선에 진출한다. 내년 후반 4경기에서 반타작(2승)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우즈벡과 이란 원정에서 승점 4점이 목표였는데 1점에 그쳤다. 최종예선 전체를 90분 경기에 비유한다면?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것 같다."
-이란전 패배로 '뻥축구', '선수 기용 문제' 지적이 많았다.
"뻥축구를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정말 뻥축구를 한다면 장신 김신욱(울산)과 심우연(전북)을 투톱으로 세우고 무조건 띄우면 하나 들어가려나(웃음). 선수들에게 측면 돌파를 주문했다. 이란이 한 명 퇴장당한 상태에서 1골을 허용하자 선수들이 조급해졌다. 교체 선수에게, 물 먹으러 나오는 선수에게 측면으로 볼을 전달하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게다가 이란 선수들은 툭하면 드러눕고, 흥분하고 마음이 급한데다 이란 관중의 광적인 응원 분위기에 휩쓸렸다. 결국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이동국은 내년 최종예선에 다시 뽑는가.
"내가 아닌 외국인 감독이 와도 선택할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는 이동국·박주영·김신욱 3명 밖에 없다.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메시(바르셀로나)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혹시 드로그바(상하이 선화)에게 귀화할 의사 있는지 전화나 해볼까(웃음). 결국 세 명을 가지고 조합을 찾아야 한다."
-포백라인이 자주 바뀌어서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잦은 변화는 나도 원치 않는다. 수비수를 뽑으려고 하면 부상 속출이다. 오른쪽 측면은 5명(오범석, 최효진, 신광훈, 고요한, 김창수 등)이 있다.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왼쪽이다. 박원재(전북)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고, 윤석영(전남)도 다쳤다. 박주호(바젤)는 최근 팀에서도 경기력이 문제다. 아디(서울)를 분칠해서 써야하나(웃음)."
-아디의 귀화를 생각하나.
"아니다. 또 귀화 타령이냐고 욕 먹는다. 한 번 당한 것으로 족하다. 김영권(광저우)을 스위스에서 왼쪽으로 훈련시켜 봤는데 급하면 시킬 수 있지만 전문 사이드가 아니다. 최재수(수원) 정도다. 원래 피드필더 포지션이라 기술은 있지만 수비력 약하다. 최대 고민이다."
-오른쪽 수비수로 차두리(뒤셀도르프)는 안되나.
"차두리는 원래 전문 수비수가 아니다. 공격수를 했고 최근 소속팀에서 다시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또 2014년 본선을 생각하면 나이도 많다. 내가 차두리 이야기하면 나와 차범근 감독과의 원만하지 않는 관계로 연결해서 차두리를 뽑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이청용(볼턴)의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
"김보경은 런던올림픽 이전에 정말 좋았는데 카디프시티 이적 후 슬럼프다. 이청용은 몸은 괜찮은데 부상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다행히 둘 다 지난 주에 선발 출전하고 청용이는 골도 넣었다. 점점 좋아지길 기대한다. 내년 3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아쉬운 것은 대표팀은 과거 설기현(인천), 이천수 등 사이드 공격수가 굉장히 강했고 강점이었는데 최근 들어 없어져버렸다. 이근호(울산), 손흥민(함부르크) 정도다. K-리그에서 용병들이 스리톱을 거의 다 차지한 탓인지."
-대표팀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은.
"솔직히 나는 대표팀 감독과는 스타일이 안 맞는다. 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도자다. 그러나 대표팀은 3~4일 모였다가 끝나면 바로 헤어진다. 나는 선수들과 일대일로 심층 면담도 하고 성격, 특성을 알아가는 시간이 중요하다. 대표팀에서는 불가능하다. 한 번은 마음이 급해 선수 네 명을 앉혀놓고 면담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소통한건지 의문이다. 그리고 주변의 잘못된 시선이 힘들다. 박주영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동국만 편애한다'고 한다. 난 비주류로 살아왔다. 선수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특정 선수를 미워하고 배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내년 6월까지 대표팀을 이끈다는 생각은 변함없나.
"(웃음) 제발 그 얘기는 그만하자. '입만 열면 전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냐'는 소리를 너무 들었다. 내 마음은 변함없다. 지금은 내년 4경기에 집중하고, 카타르전에 올인한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