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환경단체와 시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됐던 인천 계양산 골프장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인천지법에 계양산 골프장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반려한 것이 부당하다며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까지 골프장 건설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천시는 골프장 부지를 포함해 계양산 일대를 2016년까지 휴양림과 수목원이 들어선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그럼에도 롯데건설이 다시 소송을 걸면서까지 계양산 골프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속내를 알아봤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계양산 일부 부지(247만m²)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6년 롯데건설은 지역의 반대여론과 군시설 보호구역,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상황을 뚫고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서를 승인 받았다. 2009년 9월에는 계양산 인근에 95만5000m², 18홀 규모의 구체적 골프장건설계획을 세워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승인까지 받아냈다.
순조롭던 것처럼 보이던 골프장 건설은 마지막 절차인 실시설계 승인을 앞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에 기재되어있는 계양산의 식수 규모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인천시민위원회 측에서 조사한 수치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사전환경성검토서 조작의혹도 불거졌다. 2006년 관리계획서 제출 당시 사건환경성검토서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맹꽁이 등 멸종위기동식물들이 서식한다고 돼 있지만 다시 제출된 2차 검토서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졌고 결국 계양산 골프장은 인천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이던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송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예정부지가 일부 포함된 시민휴양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을 단계적으로 취소시킬 방침을 세웠다. 같은 해 롯데건설은 4차례에 걸쳐 인천시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을 했지만 인천시는 이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롯데건설이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양산 부지 소유자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 사업주체인 롯데건설 소유가 아니어서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인천시는 2011년 6월 롯데건설의 골프장 용지를 도시관리계획에서 폐지해 건설 사업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반려했다. 롯데건설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롯데건설은 같은 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계양산 북쪽 롯데그룹 소유의 부지를 포함한 계양구 다남동, 목상동 일대 자연녹지를 공원부지로 용도변경해 계양산 419만8000m²에 대한 공원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시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되는 것처럼 보여졌지만 롯데건설이 다시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롯데건설은 소장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거부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롯데는 인천시와 주민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양산 골프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계양산 골프장에 미련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로 계양산 골프장이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잠실의 123층 롯데월드, 부산 120층 롯데타운과 더불어 수도권 골프장 보유는 신격호 회장의 3대 숙원사업으로 재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며 “신 회장이 사업진행상황을 일일이 보고 받는 상황에서 롯데건설 경영진 입장에서도 백지화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06년부터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들인 비용과 사유재산임에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겹쳤을 것이라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