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에 그림실력을 뽐내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개인전까지 열어 화제가 된 하정우와 구혜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전에도 그림에 재능을 보인 연예인은 많았다. 아예 프로페셔널 화가로 활동중인 조영남은 일단 제외하고, 미술 전공자 이현우와 김혜수·이상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듯 그림에 재능을 보인 스타들은 많았지만 요즘엔 아예 그림실력을 이용해 자신을 홍보하고 활동폭을 넓히는 예가 많아 이슈가 되고 있다. 내로라하는 '연예계 화가'들은 누가 있을까.
▶하정우
활동사항 : 2010년 3월 첫 개인전 이후 올해 4월 두번째 개인전 개최. CJ E&M '2012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의 미디어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에 자신이 그린 이미지 기증. 서울오픈아트페어 등 각종 전시회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통할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개인전을 열고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며 '화가'로서 활동영역을 넓혔다. 첫 개인전 당시에는 아버지 김용건까지 "왜 이렇게 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했을만큼 무모해보였던게 사실. 충동적인 행동이었거나 일회성에 그칠 거라는 주변의 반응과 달리 꾸준히 작품을 내놓으면서 '못하는게 없는 진짜 예술가'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영화 '황해' 이후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의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하며 '피에로' 연작을 내놔 호평받았다. "영화를 찍는 동안 억눌려있었던 감정을 그림으로 분출하고 싶었다"는게 작가 하정우의 설명이다. 개인전에 내놓은 그림들은 80%이상 팔려나갔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 색깔과 이미지로 감성을 표출하는 비구상화를 그리고 있다.
▶구혜선
활동사항 : 연기자로만 활동하다가 2009년 첫 개인전을 열고 공식적으로 활동폭을 넓힘. 당시 자신이 쓴 소설 '탱고'에 삽입된 일러스트를 발전시켜 50여점의 추상화를 선보임. 지난 9월 첫 개인전 이후 3년만에 두번째 개인전 '잔상-에프터이미지' 개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성사시키고야마는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 연기활동에 이어 노래를 하고 연출에 손을 대더니 급기야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개인전을 열기에 이르렀다. 선보인 작품들은 주로 일러스트 또는 스케치의 형식을 띈다. 자유분방한 선을 사용해 특정 형상을 그리거나 때로는 무형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몽상적인 느낌이 강해 어렴풋한 꿈 속을 그려놓은 듯 하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이미지. 하지만, 미술 전문가들은 "구혜선이 그린 그림 하나하나로 작품성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완성된 한 편의 회화라기보다는 하나의 디자인이 만들어지고있는 '과정'처럼 보인다는게 이유. 반면에 전시장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연출력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나얼
활동사항 : 브라운아이드소울 재킷 디자인을 맡는 등 평소에도 그림실력을 인정받음. 2004년 신진작가 공모전 당선후 국가에서 전액 지원을 받아 개인전 개최. 지난 9월에도 부산에서 개인전을 개최. 크고 작은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작가로서 역량 과시.
계원조형예술대학과 단국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단국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을 공부한 정식 미술학도 출신이다. 꾸준히 그린 그림들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전시회를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 9월 첫 솔로 정규앨범 관련 인터뷰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얼마'인지 묻는 질문에 "300만원 정도"라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본인은 '취미'라고 하지만 내놓는 작품의 수준은 프로페셔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묘사력을 갖춘 상태에서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며 비구상화를 그리는 작가.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할줄 알고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작품으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심은하
활동사항 : 2003년 그림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첫 그룹전시 '창매회전'에 참여. 당시 수묵채색화 '해송' 등 2점을 출품해 화제에 오름. 2009년 서울오픈아트페어에도 작품 출품해 눈길.
2001년 화려했던 배우 생활을 뒤로 하고 돌연 은퇴를 선언한뒤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화의 대가로 손꼽히는 매정 민경찬 화백으로부터 그림을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먹과 화선지가 익숙해질무렵 "그림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서 서양화를 공부하기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모친의 건강이 악화돼 포기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2009년 '스크린쿼터 기금마련전'에 나온 심은하의 그림도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던 당시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가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은하의 수묵화에 대한 미술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 그렇다고 전문가 수준이라는 건 아니다. 묘사력은 뛰어나지만 먹의 농담 조절 능력이나 색을 다루는 솜씨가 아직은 설익었다는 평가다.
▶개코(다이나믹듀오)
활동사항 : 지난해 다이나믹듀오 1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지난 7월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 열린 '코리아 스포츠 아트전시회' 참여. 그외 앨범재킷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재능 과시.
미술 명문 홍익대학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한 실력파. 틈틈히 꾸준한 미술 작업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종종 SNS를 통해 장난스러운 그림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S 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즉석으로 그려낸 신봉선의 초상화 역시 온라인에서 이슈가 됐다. 와이프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도 초상화를 그려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에는 팝스타 카니예 웨스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의 전시회 사진을 올리던 중 여기에 동참했던 개코의 그림까지 함께 올려 눈길을 끌었다.
▶원빈·김규리·장범준·정려원도 그림 고수
배우 원빈도 그림 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수'다. 원빈의 실력이 처음으로 알려진 건 2009년 말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에곤 쉴레의 초상화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카피한 원빈의 그림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단순히 따라그리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자신만의 기법으로 재해석한 그림까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그림의 기본이 되는 데생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게 미술 관계자들의 반응.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평가다.
김규리는 2008년 개봉한 영화 '미인도'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수묵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리얼한 연기를 위해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취미활동으로 이어져 이제는 그럴듯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종종 트위터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찍어 올리며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버스커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은 상명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학생이다. 전공실력을 발휘해 버스커버스커 1집 커버를 직접 디자인하고 프로모션용 웹툰을 그리기도 했다. 자신이 출연한 통신사 CF에도 직접 그린 그림을 내보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음악을 만들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여 '천재성이 있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정려원의 그림실력도 수준급이다. 2007년에는 직접 그린 그림을 위주로 한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평소 취미삼아 그려 미니홈피 등에 올렸던 그림들을 모은 것.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선의 조화가 꼼꼼한 성격을 짐작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