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1군에서 뛰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거든요." 김종호(28)가 숨을 고른다. "이젠 더 확실한 목표를 세워야하지 않겠어요? NC의 1번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경문(54) NC 감독이 김종호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종호는 15일 NC가 실시한 보호선수 외 지명에 호명됐다. 이날 오후 삼성 선후배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그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NC가 나를 지명할 줄은 몰랐다. 선배들이 전화해 주셔서 알았다"고 했다. 이제 '전 직장 동료'가 된 이들은 김종호와의 이별에 아쉬워하면서도 "차라리 잘됐다. 기회를 꼭 살려라"라고 격려했다.
김종호는 2007년 건국대를 졸업하며 2차 4라운드(전체25순위)에서 삼성에 지명됐다. 하지만 삼성 외야진에는 틈이 없었다. 김종호의 발과 정교함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통했다. 2010년에는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MVP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1군 무대는 멀기만 했다. 후배 배영섭·정형식이 틈을 파고들어 1군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 김종호는 "두 가지 마음이었다. '대체 넌 왜 여기에만 있나'라고 나를 다그치기도 했고, '후배들도 1군에 자리잡았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떠올렸다.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올시즌 중 여러차례 김종호를 언급했다. 류 감독은 "2군에 김종호라고 발빠르고 잘 치는 타자가 있다. 1군 외야수들이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1군서 단 1경기만 뛰었던 김종호는 올시즌 1군 22경기에 나섰다. 대수비와 대주자가 그에게 주어진 역할. 타석에서는 12타수 3안타(타율 0.250)를 기록했다. 류 감독은 김종호에게 1군 감각을 키워주고 싶어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김종호를 주목하는 '눈'이 있었다. NC는 "김 감독님이 올시즌 중반부터 김종호를 눈여겨봤다. 선수를 지명할 때 망설임없이 김종호를 부르셨다"고 했다. 김종호는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13·26도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발빠른 왼손 외야수'의 모습이다. 김종호는 "2군에 있을 때 '김경문 감독님이 널 주목하신다던데'라는 말을 몇번 들었다. 그때는 '그럴 리가 있겠어'라고 웃고 넘겼는데 이제 정말 김 감독님 밑에서 야구하게 됐다.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은 목표도 세웠다. 김종호는 "지금은 단지 NC에 지명을 받은 것이다. 기회는 내가 만들고, 잡아야 한다. 내 장점은 빠른발이다. 타격의 정확도를 키우고, 수비 범위를 넓혀야 장점을 살릴 수 있다. NC의 1번타자를 목표로 뛰겠다"고 했다. 삼성 선수들은 김종호를 '야생마'라고 불렀다. 마산구장에서, 김종호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