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의 공격수 데얀(31)이 최고 외국인선수 자리를 꿰찼다. 이미 전설이 된 동유럽산(産) 공격수 샤샤 드라큘리치(40·세르비아)와 라데 보그다노비치(4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아성을 넘어섰다.
데얀은 지난 18일 경남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0라운드에서 두 골을 추가했다. 올 시즌 30골을 넣은 데얀은 김도훈 성남 일화 코치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30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그는 통산 198경기에 나와 121골 3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이다. 데얀은 올 시즌 초 샤샤가 갖고 있던 외국인선수 최다골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자연스럽게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칭호가 데얀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라데와 샤샤가 데얀보다 더 나은 점도 있다는 견해다. 세 선수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세 지도자에게 입체 분석을 부탁했다.
◇ 라데, 8만 달러짜리의 역습
허정무 전 A대표팀 감독은 라데를 두고 '주워온 선수'라고 표현했다. 당시로도 헐값이었던 8만 달러(약 8600만 원)에 라데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라데는 구 유고가 내란으로 혼란스러웠던 1992년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한국까지 넘어왔다. "안전하게 뛸 수 있는 곳이면 된다"는 생각에 몸값도 낮췄다. 8만 달러 선수는 보배였다. 허정무 감독은 "파괴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라 본다. 상대를 헤집고 골도 잘 넣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현역선수로 라데를 상대했던 안익수 부산 감독은 "드리블 능력은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 체력도 월등했다"며 "당시 수비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워하던 선수였다. 개인적으로는 샤샤보다 더 막기 힘들었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라데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첫 시즌에 17경기에 나와 3골을 넣는데 그쳤다. 1994년에는 22골을 넣기도 했지만 윤상철(24골)에 뒤져 득점왕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다섯 시즌 동안 득점왕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통산 147경기 출전에 55골 35도움을 기록했다. 1996년에는 K-리그 사상 첫 10-10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샤샤, 우승청부사의 위엄
이 남자 만큼 K-리그에서 트로피를 많이 들어올린 외국인 선수는 없다. 1995년 부산 대우에 입단한 샤샤는 한국 무대에서 총 11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우승만 6번(1997, 1998, 1999, 2001, 2002, 2003)이다. 괜히 '우승 청부사'라 불린 것이 아니다.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수원 삼성을 이끌며 1998년부터 2000년, 세 시즌 동안 샤샤와 함께 했다. 그는 "샤샤는 득점하는 기술이 뛰어났다. 또 득점하는 센스도 데얀보다 조금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경기에서도 분명 한 방을 넣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안익수 감독은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문전 앞에서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다. 큰 키에서 헤딩력도 위협적이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샤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리그를 평정했다는 생각에 거만했던 것이다. 김호 해설위원은 "나중에는 노력을 안 하더라. 동기부여가 안 됐다"고 떠올렸다. 안익수 감독도 "자기관리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선수였는데 조기에 마감했다"고 기억했다. 샤샤는 K-리그 무대에서 271경기를 뛰며 104골 37도움을 기록했다. 1985년 12골을 넣은 피아퐁(53·태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외국인 선수 득점왕(1999년·23골)을 차지했다.
◇ 데얀, 이미 전설이 된 사나이
데얀은 두 남자의 득점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0년 FC서울 수석코치로 있으며 데얀을 지도했던 안익수 감독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를 교란시켜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좋다. 상대 허점을 찾아 파고드는 스피드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프로 의식이 굉장히 강해 몸 관리도 잘한다. 내가 현역으로 뛴다면 데얀이 가장 막기 까다로운 공격수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호 해설위원도 "데얀이 샤샤나 라데보다 스피드가 빠르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데얀도 약점이 있다. 김호 해설위원은 "큰 경기에 약하다. 한 선수에 붙잡히면 잠잠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샤샤나 라데가 뛸 때는 시·도민구단 숫자가 적거나 없었다. 득점 수를 가지고 직접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고 꼬집었다. 허정무 감독도 "누가 뛰어나다고 직접 말하기는 힘들다. 모두 장·단점이 있는 선수들이다"며 "세 선수 모두 K-리그 역사에서 뛰어난 외국인 선수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