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 차두리(뒤셀도르프). 2012년 독일 프로축구 무대를 누비고 있는 한국 선수는 이들 셋 만이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는 아니지만 2부리그 FSV 프랑크푸르트 소속 윤주태(21)도 있다. 윤주태는 지난해 FSV 프랑크푸르트와 2년 계약을 맺고 활약 중이다. FSV 프랑크푸르트는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활약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연고지는 같지만 다른 팀이다.
연세대 출신 윤주태는 울산 학성고 시절 문화관광부장관배 등 전국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득점왕을 휩쓴 괴물이다. 당당한 체격조건(182cm·85kg)으로 공격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연세대 U-리그 우승을 이끈 뒤 프랑크푸르트 입단테스트를 거쳐 독일에 입성했다. 벨기에 겐트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분데스리가를 바라보고 분데스리가2부리그 행을 택했다.
윤주태는 2011-2012시즌 발목 수술로 전반기를 날렸지만 후반기에는 거의 전 경기에 나섰다. 좌우 날개를 오가며 총 17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한자 로스토크와 31라운드에서 2골 1도움을 올려 강등권 탈출에 앞장섰다. 벤노 묄만 프랑크푸르트 감독은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윤주태를 핵심 멤버로 낙점했다. 윤주태도 시즌 전 경기 출전과 두자릿수 득점이란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 개막 일주일을 남기고 발목을 다쳤다. 묄만 감독은 한국말로 젠장이란 뜻의 "샤이세(scheisse)"를 외치며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윤주태는 다시 힘겨운 재활 시기를 보내야 했다. 경남 양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정말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윤주태는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가 바라던 삶이 이겁니다"라는 말로 부모님을 안심 시켰다. 그는 혹독하게 재활에 매진했다. 구자철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구자철은 윤주태에게 "다 때가 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란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줬다.
윤주태는 지난 9월25일 쾰른과의 7라운드에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7경기에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모두 출전했다.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남한사람을 뜻하는 "주트 코레아(Sued Korea)"를 외치는 응원가를 부른다. 늘 응원석에 대형 태극기도 걸린다. 프랑크푸르트는 현재 7위(6승3무5패 승점21)다. 1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권이 걸린 3위와 승점 7점 차다.
윤주태는 시간이 날 때면 자신이 꿈꾸는 분데스리가 1부리그 경기를 보러 간다. 지난 17일 구자철의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이 열린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도 찾았다. 기자가 만난 윤주태에게서는 진지하고 축구밖에 모르는 구자철의 향기가 났다. 윤주태는 "언젠가 K-리그에서 꼭 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간다고 잘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를 밟고 가야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두리 선배에 이어 1부리그 승격을 이끄는 한국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