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 '못난이 특집'이라는 독한 소재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24일 방송된 '무한도전-못친소 페스티벌' 2회는 전국시청률 15.6%(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지난 17일 전파릍 탄 '못친소 페스티벌' 1회에 이어 2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평소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수식어로 자신들을 비하하던 '못생긴 멤버'들이 아예 프로그램 외부로 눈길을 돌려 '못생긴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자칫 '외모비하 논란'을 만들 수도 있었던 기획. 하지만, '무한도전'은 위험요소까지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8년차 인기 예능의 힘을 보여줬다'는 말을 들었다. 강호동의 복귀와 함께 동시간대 정상에 오르며 주목받던 SBS '스타킹'을 압도한 것은 물론이고, 높은 화제성으로 주목받았다.
▶8년차 브랜드 예능 '무한도전'만 가능한 기획
'무한도전'의 이번 기획이 화제가 된 건 제작진과 출연진의 과감한 시도 때문이다. 외모가 좀 떨어지는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웃음을 끌어내는건 흔히 볼 수 있는 일. 하지만, 못생긴 연예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순위를 매긴 예는 전무했다.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고 '멋스럽게' 살아가는 이들을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로 싸잡아 비난하다니, 우려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섭외에 응해 스튜디오까지 나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못생긴 친구들'의 열정도 눈길을 끌었다. 말 그대로 '무한도전'의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러모은 '못생긴 친구들'의 명단은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섭외대상이 된 이들은 연기파배우 고창석과 실력파 뮤지션 조정치와 하림·윤종신·김C, 모델 장윤주 등이다. 모두 외모와 관계없이 연예계에 자리를 잡은 인물들. 그 외에에도 '얼굴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를 불러 '그래도 원판은 못생겼어'라고 일깨워주는가하면 뜬금없이 '훈남'으로 불리는 권오중을 초대해 '콧구멍이 너무 크다'고 약점을 잡았다. 유희열과 이적·지석진 역시 초청장을 받은 스타. 이들은 모두 '자존심 상하는 초청'을 받고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스튜디오에 나타나진 않았지만 충무로 스타 황정민과 유해진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영화배우라고 하지만 얼굴은 못생겼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 공감을 끌어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기상천외한 아이템들을 소화하며 '원래 이런 프로그램'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무한도전'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만약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면 논란을 피하지 못했을것"이라면서 "앞서 멤버들간 외모경쟁을 부추긴 '미남이시네요' 이후 또 다시 유사한 설정을 택했는데도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참신함'이 엿보였다. 오랜시간 함께 해온 제작진과 멤버들의 팀웍과 자신감이 있어 어떤 소재든 '무한도전'의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모 지상주의 교묘히 비튼 영리함 돋보여
'무한도전' 은 자신들이 섭외한 '못생긴 친구들'에게 "자존심 상하는데 왜 나왔냐"며 스스로 못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라고 몰아부쳤다. 초청에 응한 출연자들은 "이건 아니다"라고 완강히 부정하면서도 시키는 건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가장 못생긴 1인'에 등극한 김범수도 "어중간하게 못생겼단 말 듣느니 이게 낫다"라고 말했다. 결국 본인들도 즐기고 있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잠시 스튜디오를 방문한 '꽃미남' 송중기는 최근 '대세'로 떠올랐는데도 잘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배척을 당했다. 외모를 비하하는 듯 하면서도 오히려 역으로 외모지상주의를 꾸짖고 있는 것.
최근 몇 차례 보여준 추격전 등의 소재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번 특집에 대해서는 네티즌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방송 이후 '무한도전'의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기사 댓글창에는 '웃다 쓰러질 뻔 했다' '무한도전의 매력이 잘 살아났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못친소 페스티벌'의 출연했던 한 연예인의 매니저도 "무작정 외모에 대한 비하발언만 한다면 소속 연예인을 내보낼 이유가 없다. '무한도전'이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 출연자를 부각시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출연하자'고 설득을 시킬 수 있었다. 예상대로 이번 '못친소 페스티벌'은 못 생긴 연예인들의 장점을 오히려 돋보이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