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은 대졸 신인 투수를 선호한다. 신인 지명회의를 앞둔 스카우트에게 "비슷한 실력이면 대졸 선수를 먼저 뽑아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실제로 지난 8월20일 열린 2013 신인지명회의에서 KIA가 택한 10명 중 9명이 대학생 선수였다. 두산이 10명을 모두 고교 선수로 채운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경험에 기댄 판단이다. 선 감독은 "기량 차가 확실하지 않다면 대졸 선수가 프로에 적응하기 쉽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프로 지도자에 입문했다. 그의 첫 작품은 2004년 동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윤성환(31)이었다. 윤성환은 두터운 삼성 투수진을 파고들어 신인 때부터 중간계투의 핵으로 활약했다. 선 감독은 "불펜으로 경험을 쌓고, 선발로 키운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2007년까지(2005년~2006년 군입대 및 재활) 중간계투로 나서던 윤성환은 2008년 선발로 전환했고, 2009년에는 다승왕(14승)에 올랐다.
두번째 작품도 대졸 투수였다. 선 감독은 2005년 2차 1지명으로 입단한 단국대 출신의 오승환(30)을 그해 중반부터 마무리로 기용했다. 오승환은 입단 첫해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탐내는 자타공인 한국 최고 마무리다. 선 감독은 "윤성환이나 오승환은 '프로 적응기'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4년의 대학 생활동안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졸 선수들보다는 적응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KIA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2012년에도 선 감독은 대졸 신인 투수들에게 눈길을 줬다. 단국대를 졸업한 KIA 1지명 선수 박지훈(23)은 올해 50경기에 등판했다. 한 시즌 내내 선 감독은 박지훈을 격려하거나, 질책했다. 관심의 표현. 6라운드(전제 56순위)에 뽑힌 한양대 출신 사이드암 홍성민(23)도 선 감독의 눈에 들었고, 1군서 48경기에 나섰다. 두 명의 대졸신인 투수의 등장은 '2012년 KIA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혔다.
하지만 선 감독은 '20명 보호 선수' 명단에 홍성민을 넣지 못했다. 롯데는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홍성민을 택했다. 선 감독이 'KIA의 미래'로 꼽던 투수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