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곽태휘(31·울산)와 프로야구 김진우(29·KIA), 프로농구 김동우(32·SK), 프로배구 유광우(27·삼성화재)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 힐링캠프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해 부활의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이들은 독일 쾰른에 있는 한일동(73)-기환(41·독일명 마쿠스 한) 부자 집에서 지내며 재활해 재기에 성공했다.
한일동 씨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유명 인사다. 1965년 보릿고개를 피해 광부로 독일로 이민간 한 씨는 생활이 안정되자 조국을 위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장원직·김호 등 축구인들의 지도자 연수를 도운 게 시발점이었다. 차범근과 김주성·황선홍·이동국의 분데스리가 진출에도 일조했다.
한 씨는 2000년대 들어 스포츠 의학 선진국 독일을 찾은 부상 선수들의 재활을 도왔다. 재활의학의 대가인 토마스 파이퍼 박사를 연결시켜주고, 집을 한 채 더 사서 안식처도 제공했다. 최근 쾰른에서 만난 한 씨는 "어두운 밤을 비추는 작은 등대를 넘어, 배가 들어와 정착할 수 있는 항구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40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한 씨의 부인 이정숙(65) 씨도 "아들 같은 선수들이 호텔에서 지내며 빨래 대신 방향제를 뿌리고, 밥 대신 햄버거만 먹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곽태휘는 2008년 무릎 부상을 당해 두 차례나 한 씨 집에 머물렀다. 김진우는 2004년 무릎, 김동우는 2005년 발목 수술을 받았다. 한 씨는 "태휘는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이끌며 한국 최고 수비수로 거듭났더라. 진우는 오랜 부진을 뚫고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우는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했는데 재기해 국가대표까지 됐었다"고 흐뭇해했다. 이들 외에도 축구의 고종수와 김남일, 야구의 심정수, 박경완 등 최고 스포츠 스타들도 독일의 힐링캠프를 거쳐갔다. 방명록에는 "아빠, 엄마. 이 은혜 평생 간직하겠습니다"라는 글들이 즐비하다.
노부모의 뜻을 이제는 아들인 마쿠스 한이 이벤트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며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심판들 연수, 각 팀들의 전지훈련 등을 도우며 한국 스포츠에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