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길(55) LG 단장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9개 팀 단장 중 유일하게 운영팀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스토브리그를 직접 챙겼다. 결정권자인 동시에 실무자여서 책상에 앉아만 있을 순 없었다. "LG 선수단 중 가장 분주한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성적이 안 났는데 겨울에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어넘겼다.
롯데가 지난 28일 FA(프리 에이전트) 홍성흔의 보상선수 지명을 끝내면서 스토브리그 선수 이동이 일단락됐다. LG는 올 겨울 가장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팀으로 꼽힌다. FA 신청 선수 공시 뒤 가장 먼저 내야수 정성훈, 외야수 이진영과 재계약했고 원소속구단 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삼성 불펜 투수 정현욱을 잡았다. 백 단장이 직접 대구로 내려가 정현욱을 만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한 야구인은 "주력 선수를 지키고 정현욱 영입으로 가장 중요한 승리조를 확실히 갖췄다. 투수 이승우를 삼성에 내준 건 최성훈, 신재웅 등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있어 큰 손실이 아니다"며 LG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과 SK, 한화 등이 수준급 선수를 잃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LG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내부 FA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을 모두 놓쳐 힘이 빠졌다. 올해는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백 단장은 여전히 정신이 없다. LG 구단은 외국인 선수 재계약 및 해외파 특별 지명 선수인 메이저리그 출신 류제국과 사인을 남겨두고 있다. 2년 동안 LG 선발진을 떠받친 주키치와 리즈는 전력의 핵심이고, 류제국은 마운드를 업그레이드해줄 선수다.
LG는 주키치·리즈의 에이전트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협상 중이다. 지난해에는 11월20일 두 선수의 재계약이 공식 발표된 것과 비교하면 열흘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LG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돈을 더 받으려고 하니 길어지는 것이다. 주키치는 일본에서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나. 에이전트가 충분히 장난을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단장은 "좋은 이야기 속에 칼날이 오가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했다.
류제국의 경우는 계약 조건에 대한 양측의 생각 차가 꽤 컸지만 조금씩 양보하면서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제국 계약은 FA와 마찬가지로 백 단장이 직접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문제가 남아 있어 마무리 훈련이 열리고 있는 진주는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올해 7위에 그친 LG는 내년 포스트시즌 진출 11수에 나선다. 세 명의 투수를 잡으면 팀 전체가 '으쌰으쌰' 하는 마음으로 내년 시즌에 임할 수 있다. 백 단장은 언제쯤 짐을 털고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 그는 외국인 선수 및 류제국의 계약 전망에 대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