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양훈, 박찬호. 세 명의 투수는 올 시즌 65경기에서 387⅔이닝을 던지며 18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떠났다. 한화 선발진도 대폭적인 물갈이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한화는 박찬호(39)의 현역 연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7년 동안 팀의 에이스였던 류현진(25)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입단이 유력하고, 양훈(26)도 경찰야구단에 입대하는 상황에서 박찬호마저 은퇴하면 마운드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박찬호가 남아준다면 선발이든 구원이든 믿고 한 자리를 맡길 수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한화는 일단 김혁민(25)과 바티스타(32)를 중심으로 선발진을 재편할 예정이다. 불펜 투수로 올 시즌 개막을 맞았던 두 선수는 선발로 돌아선 뒤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김혁민은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32경기(21선발)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바티스타도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출국한 김응용 한화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로 쓰겠다"고 밝히며 새 외국인 투수 한 명을 직접 물색할 예정이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는 치열한 내부경쟁이 벌어진다. 김응용 감독은 일찌감치 "새 판을 짜겠다.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예고했다.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도 "모든 포지션이 경쟁 상태"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창식(20)과 윤근영(26) 등 기존에 선발 기회를 많이 잡았던 선수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선수들의 욕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충남 서산에서 치러진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들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 말은 "힘들다"와 "기회가 왔다"였다. 불펜에서 활약했던 안승민(21)과 송창식(26) 등도 선발 후보군으로 돌아갈 수 있고, 조지훈(18)이나 김강래(18) 같은 신인들도 깜짝 선발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변수도 있다. 새로운 전력 보강이다. 한화는 최근 테스트를 통해 롯데에서 방출된 김일엽(33)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장성호를 보내고 왼손 투수 송창현(23)을 데려오기도 했다. 김응용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며 또다른 트레이드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