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은퇴 심경을 밝혔다. 30일 서울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 발표한 그는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박찬호는 "7년 전 오늘(29일)은 제가 결혼을 하며 인생에 있어서 큰 축복을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같은 날 오늘, 저는 인생의 새로운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11월 29일. 날짜가 주는 의미가 마음을 좀 무겁게 하네요"라며 "은퇴…. 은퇴를 결정하려는 마음 속에는 너무 많은 기억들이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특히 지난 시즌을 함께 했던 후배들과의 시간과 그들의 마음들. 젊은 시절 겁 없이 마운드에 오르던 그 나날들. 시간이 흘러 부상과 슬럼프 속에 하루하루 힘들던 날조차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프로에서만 19년의 세월을 보냈네요"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19년의 프로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를 결심하기 까지의 고민도 드러냈다. 박찬호는 "제 이름 앞에 노장,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붙을 때에도 크게 동하지 않았던 마음이 은퇴라는 단어 앞에서는 울컥해지기도 하고 울렁울렁하네요"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왠지 은퇴라는 끝을 말하기 보다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경기가 끝난 후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참 행복한 녀석이구나, 그런 생각들과 함께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마음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라며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네요. 지금 머릿 속의 많은 생각들을 다 적기도 힘들만큼 그런 생각들 속에서 역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팬들입니다"라고 자신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드러냈다. 박찬호는 "한때 거만하기도 했었고, 젊은 시절에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듯 지나간 일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 속에 느껴지는 감정이란 참…."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저의 곁을 지켜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한 시즌만 더 제 투구를 간절히 보고 싶어하셨던 많은 분들….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마음과 영혼들을 사랑합니다"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