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가 몰려온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3000㏄ 이상의 '큰 차'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초중반 연비가 좋은 소형차가 인기를 끌었던 점과 상반되는 모양새다.
혼다는 지난달 30일 3500㏄급 대형 차량 두 대를 출시했다. 미니밴 오딧세이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파일럿이다.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 벤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다. 오딧세이는 3열 시트 뒤쪽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좌석이 눈에 띈다. 또 사이드 커튼 등 총 6개의 에어백이 적용돼 안정성까지 잡았다는 평가다.
파일럿은 대가족을 위한 차량이다. 3열 7개의 시트로 승차 인원에 따라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센서에 의한 자동 모드 외에 운전자가 직접 수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VTM-4 기술이 적용됐다. 각 바퀴의 토크를 운전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은 각각 4790만원과 4890만원이다.
혼다에 파일럿이 있다면 벤츠에는 G클래스가 있다. 네 개의 바퀴 중 하나만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바퀴를 각각 제어하는 '디퍼런셜 락' 기능 때문에 오프로드의 강자로 통한다. 가격부터 '괴물'이다. G클래스 350블루텍은 1억4800만원, AMG는 무려 2억900만원이다. 544마력, 최대토크 77.5㎏ㆍm에 달한다. 1979년 첫 출시 이후 33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초도 물량 50대가 모두 팔렸다.
국산차는 대형 세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에쿠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2009년 3월 신형 에쿠스 출시 이후 3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모델이다. 앞차와의 거리 및 속도를 측정해 차간 거리 유지 및 자동 정지와 출발을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최고급 사양들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기아차는 K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였던 K7을 '더 뉴 K7'으로 다시 내놓았다. 기아차 패밀리룩을 반영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전장도 기존보다 5㎜ 늘어났다.
이와 같이 경기 침체에도 대형차 시장이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는 구매층이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벤츠의 한 관계자는 "대형차 구매층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모델은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영향을 덜 받고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