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0일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등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5085명의 명단을 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 공개한다. 이들 가운데 신규 공개 대상자는 476명, 기존에 공개됐는데도 여전히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기존 체납자가 4609명이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매년 말마다 체납 기간이 2년 이상 지난 3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를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공개하는 체납자 수는 지난해(4645명)보다 440명 늘어났다. 공개 대상자의 1인당 평균 체납액은 1억 5700만원, 총체납액은 797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공개 대상자 476명은 516억원을 체납했으며, 기존 공개 대상자 4609명이 여전히 체납한 금액이 7462억원이다.
기존 공개 대상자였던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58억 4800만원을 체납해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35억 8500만원,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 28억 5300만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25억 4100만원, 거액의 사기 사건으로 유명한 사채업자 장영자씨가 8억 1800만원을 각각 체납해 명단에 올랐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시의 독려 끝에 체납 지방세 10억여원을 모두 납부했다.
개인 체납액 1위를 기록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이인희 한솔 고문의 차남이자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외손자다. 그는 2000년까지 한솔 부회장으로 일하며 한솔의 PCS(018)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회장은 해당 사업이 그해 한국통신에 매각되자 매각대금의 상당액을 받아 2001년 한솔아이글로브 등 IT 관련 회사를 별도로 차려 독립했다
조 전 부회장 측은 한솔그룹을 통해 명단을 공개한 서울시에 강력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정당한 절세를 탈세로 몰아간 국세청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데 명단을 공개한 서울시에 강력 항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 전 부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미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조 전 부회장의 항소가 고등법원에서 기각됐는데도 또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한 것에 불과해 사실상 판결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현재 조 전 부회장 명의로 된 재산을 찾기 어려워 추징조차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신규 공개 대상자 가운데 개인 체납 최고액은 박성규(77) 전 안산시장의 9억 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박씨는 퇴임 후인 2002년 주택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신규공개대상자 중 법인 최고액은 ㈜일광공영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지방소득세 20억5900만원을 내지 않았다.
체납액에 따른 체납자 수를 보면 5000만원~1억원 체납자가 2260명으로 가장많았다. 다음으로는 1억~5억원 체납자가 1673명을 차지했다. 10억원 이상 체납자도 81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체납자를 연령대별로 봤을 때 50~60대가 2258명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했다. 이 연령대 체납자가 내지 않은 지방세 또한 2934억원으로 총 체납액의 65.2%를 차지했다.
한편 서울시는 명단공개 기준을 체납기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국회에 건의한 상태다. 또 명단공개에 따른 소명부여 기간도 6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법령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