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하고 깔끔한 외모의 배우 양진우(33)가 KBS 1TV 일일극 '힘내요, 미스터 김'(이하 '미스터 김')을 통해 연기폭을 넓히고 있다. 극중 '힐링워터' 회장 백재상(이정길)의 외아들인 재벌2세 백건욱이 그가 맡은 역할. 사생아로 태어난 후 새어머니(김혜선)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다, 출생의 비밀로 인해 어머니와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다투게 되는 비운의 인물이다. 양진우는 기업 후계자의 냉혹한 모습과 함께 '힐링푸드' 집안의 딸 왕지혜를 향한 애정까지 섬세한 내면 연기로 표현해내며 시청률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미스터 김'의 인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2003년 SBS 주말극 '대망'으로 데뷔한 후, 어느새 10년차 배우가 된 양진우를 만났다.
-'미스터 김'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시놉시스를 전달받고 바로 느낌이 왔다. 약간 놀기 좋아하면서도 진지하고 상처도 있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미팅 자리에서 감독님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밖으로 나가셨다. 탈락한 줄 알았는데 합격이라고 통보가 왔다. 전체리딩 날 회식 자리에서 감독님이 "딱 보는 순간 건욱이구나 싶어서 전화 통화하러 나갔다"며 오해를 풀어 주시더라."
-전작인 '아이러브이태리'에 이어 '나쁜남자' 캐릭터를 맡고 있다.
"건욱이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다. 나쁜 남자인데 밝은 면도 있고, 여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장난끼도 있다. 예전엔 영화 '세븐데이즈' 말고는 항상 착한 역할만 해 왔는데, '미스터 김'을 통해 연기폭을 넓힐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공식 데뷔는 2003년 '대망'이지만, 2001년에 그룹 JTL의 '어 베터 데이'(A Better Day)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데뷔도 하기 전 연기수업 받다가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 20세기 초반 컨셉트의 뮤직비디오였는데, 중국 상해에서 참 열악하게 촬영했다. 메인인 장혁 형까지 포함해서 배우 5명이 봉고차 속에서 벌벌 떨면서 잠을 잤다. 한 번은 너무 추워서 히터를 틀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새벽에 키를 뽑아 가더라."
-장혁과는 이후로도 친하게 지냈나.
"드라마 데뷔도 '대망'으로 같이 했고, 같은 소속사에 오래 있었다. 형도 데뷔 전에 오디션을 그 누구보다 많이 봤던 사람이라, 피가 되는 조언을 많이 해 줬다. 형 때문에 이소룡이 만든 무술인 절권도를 배운 적도 있다. 지금까지 오래 쉬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절권도 도장에서도 3시간 동안 운동하면서 숨이 가쁜 걸 못 봤다. 체육관의 피가 흐르는 배우랄까."
-왕지혜가 연애는 양진우와, 결혼은 김동완과 하고 싶다고 하던데.
"어차피 결혼도 연애하다가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지혜와) 연애든 결혼이든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쪽이든 좋을 것 같다.(웃음) 극중 역할로 비교하자면, 건욱이는 여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면에서 순하기만 한 태평이(김동완)보다 조금 나은 캐릭터다. 실제 동완이는 장난끼도 많고 너무 편한 동갑내기 친구다. 여러 활동을 하느라 힘들텐데도 현장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굉장히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을 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민식 선배는 내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큰 벽이다. 어린 시절 영화 '파이란'을 보고 그 표현력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연기력의 끝을 보여주시더라. 앞으로는 '엄친아' 이미지를 깨고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정서적인 장애가 있는 캐릭터도 욕심이 난다. 사회에 적응 못하고, 사람들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그런 배역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