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야구의 양대 산맥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전·현직 야구감독이 입시 비리 혐의로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체포된 감독 가운데에는 올 시즌 프로야구단 감독을 맡았던 인물도 포함돼 검찰의 대학 체육특기생 입시 비리 수사가 서울 주요 대학을 거쳐 프로야구단으로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황의수)는 전 고려대 감독이자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지낸 양승호(52)씨를 11일 긴급 체포해 이틀째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양씨에 이어 연세대 야구부 현 감독인 정진호(56)씨도 이날 긴급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고려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7~2010년 "대학에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학부모와 고교 야구부 코치들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도 2010년부터 연세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입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양씨와 정씨는 2006년 프로야구단 LG트윈스에서 감독대행과 수석코치로 함께 일했다. 검찰은 두 사람 가운데 금품 수수 규모가 큰 양씨에 대해서는 13일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두 전·현직 야구감독의 금품수수 사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 만큼 조만간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인천지역 고교 체육 특기생 입시 비리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고교야구 선수 가운데 프로야구단에 입단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전국 주요 대학 야구부에 진학시키는 과정에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와 감독, 코치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지역 대학 야구부 전·현직 감독 4명과 인천지역 고교 야구부 감독 2명,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1명, 학부모 4명 등 모두 10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에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대학·고교 야구부 감독도 포함됐다. 지난 9월 학부모로부터 입시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 A고교 야구부 감독 K씨(42)의 경우,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대학 야구부 감독들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K씨는 프로야구 유명 투수 출신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 선상에 오른 연세대와 고려대 외에도 유명 대학 야구부에서 비슷한 입시 비리가 있었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사 대상에는 전·현직 프로야구단 감독과 코치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