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됐다. '포크볼러' 윤희상(27·SK)의 이야기다. 윤희상은 16일 소속팀 SK와 올해 연봉(4500만원)에서 189% 오른 1억3000만원에 2013시즌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프로 데뷔 10년째 시즌에 받게 된 억대 연봉. 189%의 인상률은 2009년 투수 김광현(24)이 기록한 225%(4000만원→1억3000만원)에 이어 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개근'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투수
윤희상은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28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10승을 기록하며 팀 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무엇보다 김광현·송은범·마리오를 비롯한 선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빠져있을 때 홀로 제몫을 다했다. 그는 연봉 계약 후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개근상' 같은 상을 하나 받았으면 했는데 구단에서 그 상을 연봉으로 챙겨주신 것 같아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개근'은 올 시즌 윤희상의 활약을 집약해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그와 가장 동떨어져 있던 단어이기도 했다. 2004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그는 계약금 2억원을 받고 입단하며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어깨 상태가 발목을 잡았다.
2004년 11경기, 2005년 3경기에만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재활군과 2군에서 보냈다. 2006년 7월 오른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07~2008년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팬들에게서 잊혀졌다. 이 사이 '타자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팀 동료인 송은범과 정우람을 통해 야구 배트를 공수받아 연습을 했을 정도다. 96년 창단한 구리시 인창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한 윤희상의 원래 포지션은 내야수였다.
'습득'을 통해 포크볼러로 태어나다
고심 끝에 '투수'를 포기하지 못한 윤희상은 더욱 강하게 운동화 끈을 조였다. 그리고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투구폼을 찾아 '습득'했다. 그는 "50여 명이 넘는 국내 투수는 물론이고 일본 투수 동영상까지 보면서 참고했다"고 털어놨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투구 동작을 찾아갔고 지난해 여름부터 연마한 포크볼이 통하기 시작했다.
전환점이 된 경기는 지난해 10월12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당시 상대 선발은 인창리틀야구단 창단 멤버였던 KIA 에이스 윤석민(26)이었다. 윤희상은 당시 부진했던 윤석민(2⅓이닝 4피안타 3실점)과 달리 6⅔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만수 SK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그는 올 시즌을 2선발로 시작해 1선발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이만수 감독은 시즌 내내 "가장 고마운 선수가 윤희상이다. 보물과도 같은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고의 과정을 통해 습득한 포크볼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구질이 됐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기본이 워낙 좋은 투수다. 흔히 말해 공을 잘 뿌린다"며 "서툴게 그립을 잡는 투수들은 포크볼을 던진다는 게 감지가 되지만 윤희상은 그렇지 않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15승 정도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윤희상의 목표도 뚜렷하다. 그는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0승과 150이닝을 채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조' 윤희상의 2013시즌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