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왜 내가 일간스포츠 칼럼 맡은 수요일이고 대통령 선거 당일이람. 이곳에 연재하는 글은 월요일 아침 6시까지 마감해야 하고 내 저승사자 장상용 기자가 검사하고 화요일 오후에 인터넷판에 오르고 수요일 지면을 통해 소개가 된다.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나 만화, 글은 마감 시간이 되어야 써진다는 놀라운 징크스가 여러 사람에게 있다는데 나 역시 그렇다. 쌩뚱 맞은 소재를 쓸 수도 있지만 가급적 근래에 관심 있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장 기자에게 칭찬 받을 것 같아서 항상 고민을 한다. 근데 이건 쌩까고 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투표하는 날이다. 그래! 오늘 당일을 투표하는 날로 미리 예상하고 쓰자.
아마 오늘 19일은 그동안 치열했던 유세가 언제 있었나 싶게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누굴 찍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침 일찍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박근혜 후보는 그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세팅을 완벽하게 마쳐 단정함을 뽐냈다. 그동안 3회에 걸친 TV토론 중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꼬집힌 두 번의 손톱자국도 완전히 회복된 듯하다. 문재인 후보는 특전사 출신답게 천리행군을 잘 마쳤다. 토론에서 처음 두 번은 존재감 상실로 인해 직장 그만둔 아버지가 집안의 엄마와 큰 딸 싸움에 TV 볼륨 줄이고 뉴스만 보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마지막 양자 토론에서 모처럼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두 후보의 공약 가운데 복지에 관련된 것은 사실 어느 쪽이 되어도 국민에게 나쁘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잘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하고 대책을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만들 것인지는 아직도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유럽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그 여파가 전 세계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소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잠시 후 저녁 10시면 어느 정도 당선이 확실시 될 대통령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과 대학 등록금 대폭 인하와 노인에게는 삶의 희망을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자녀를 둔 집에는 사교육비 걱정을 없애주리라 약속했다. 더구나 이토록 서로 단도와 바늘로 찔렀는데도 후시딘 싹 발라 상처를 고쳐 흉터를 없애 주고 국민 대통합과 상생 소통을 약속했다.
이 정도면 우리는 훌륭한 대통령을 뽑은 것이 확실하다. 이 밖에 두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대통령 선거 공약을 검색하시면 아주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니 살펴보시길. 난 내일 아침의 대한민국이 궁금하다.
진중권 교수와 변희재 대표의 트위터는 어떤 글이 올라와 있을까? 안철수·이회창·한화갑 같은 분들의 아침 모습은 어떨까?
오피스텔에 갇혀 있던 국정원 직원의 모습은 어떨까? (잠깐! 말 나온김에 국정원 직원 구출 작전과 그 밖의 경찰 소환에 비춰진 선글라스 직원의 모습은 확실히 우리가 보던 드라마 요원들과는 좀 달랐다. 이병헌 같은 사람 없었다.)
열성적으로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했을 때 오는 허탈감을 이긴 쪽에서는 어떻게 달래줄까? 승복하기 어려운 결과에 얼마나 많은 고소·고발이 이어질까. 그래도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날이다. 아직도 투표 마감 시간은 남아있다. 투표를 권장하면 마치 한쪽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몰리는 상황도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뽑히거나 높은 투표율은 당선자가 국민을 어려워하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처럼 지지율의 차이가 적게 예상 되는 선거는 당선 후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큰 노력이 요구 된다.
잠시 후 당선되는 사람은 승자일 뿐만 아니라 큰 짐을 끌어안고 5년간 험난한 산을 올라야 한다. 뒤에 5000만 국민을 이끌고 말이다. 흔들림 없이 굳건히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숨어 있는 수십 개의 천길 낭떠러지를 잘 피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