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기(23)가 프로게이머를 벗고 배우라는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신인배우 민찬기는 데뷔작인 KBS 2TV 일일시트콤 '패밀리'에서 꽃미남 에스테틱 직원 알 역할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83cm의 헌칠한 키에 여자보다 뽀얀 우윳빛 피부, 쌍꺼풀 없는 긴 눈매와 오똑한 콧날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를 갖춘 것은 물론 나지막하고 감미로운 음성으로 여심을 자극하며 브라운관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해체한 MBC 게임 히어로즈에서 6년 동안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 활동했던 민찬기는 "게이머로 활동했을 당시 승패에 따른 리액션이 지나치게 솔직해 '빡찬기' '민성질'로 불렸다. 과장되게 한 것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연기 본능이 발동한 것 같다"며 거침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게이머는 은퇴한 건가.
"활동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은퇴 처리가 될 것 같다. 어렸을 때 배우·프로게이머·과학자 등 다양한 직업을 꿈꿔왔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 생활을 하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배우의 길을 걷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란 걸 알게 됐다."
-'패밀리'에서 맡은 역할을 소개해 달라.
"친절이 몸에 베어있는 에스테틱 직원 알 역을 맡았다. 알은 친구인 박희본과 자신이 짝사랑하는 박지윤에게 똑같이 잘 해준다. 이에 희본은 '알이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나'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알은 정말 눈치없는 남자 같다. 하지만 박지윤에 대한 사랑은 일편단심인 뚝심있는 사람이다."
-알과 본인의 공통점은.
"친절이 몸에 베어있는 거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교사라서 나는 어릴 때부터 예의범절 교육을 엄격히 받아왔다.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인 아버지는 '네가 힘들어도 남을 도와야한다'고 늘 말씀하신다.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는 '사람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 것'을 강조하신다. 부모님의 교육과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넌 너무 친절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가끔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별로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하하."
-데뷔작인데 역할 비중이 크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는데 생각보다 비중 있는 역할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늘 배우는 자세로 촬영하고 있다."
-연기를 하면서 느낀점.
"연기는 서로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 초반엔 대본 외우기와 감정잡기에 급급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 배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지더라. 앞으로 남은 반은 여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하나.
"나보다 2세 많은 친누나에게 투정을 부린다. KBS 2T '아이리스2' 미술팀에 있다. 나보다 사회 경험도 많고 생각도 깊어서 누나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달콤한 칭찬도 쓴소리도 아낌없이 해준다. 늘 고마운 존재다."
-'패밀리'에 출연 이후 캐스팅 제의도 많이 올 것 같은데.
"영화 두 편 정도를 제의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다. 차기작을 검토하는 것 보다 알 캐릭터에 조금 더 몰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기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하지원 선배와 한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 연기도 잘 하시고 올 곧은 성품, 외모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으신 것 같다. 함께 연기하면 그런 점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여가시간엔 어떻게 보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요즘엔 연기 관련 서적부터 소설책까지 독서를 열심히 있다. 좀 더 성숙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들으려 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무조건 최고가 되야 해'라는 생각으로 달리는 중이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싶다. 좀 넓은 의미인데 캐릭터·작품·배우·스태프들과 잘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