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돌풍은 온 데 간 데 없다. 실력 좋은 선수가 있지만 오히려 경기는 더 안 풀리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가 18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올 시즌 팀 최소 득점(49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오리온스는 2쿼터까지 모비스에 앞섰지만 3쿼터에 수비에 막혀 5점만 넣는 굴욕을 당하며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통산 400승 재물이 됐다. 1라운드에서 6승3패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던 오리온스는 어느덧 6연패를 당하면서 부산 KT와 공동 7위로 처졌다.
잘하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축 선수들이 공격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뒷받침할 선수가 부족하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리온 윌리엄스(26·197㎝)는 리바운드 부문에서 평균 11.6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 큰 신장은 아니지만 힘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며 대들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또 전태풍(32·180㎝)은 어시스트 부문에서 평균 6.4개를 기록하며 동부 박지현(33·183㎝)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능숙하고 노련한 경기 운영을 통해 오리온스 공격의 물꼬를 트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1위 선수가 있다고 승리가 뒤따라오지는 않는다.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문제다.
최진수는 10월 말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가 9일 복귀했지만 몸상태가 여전히 불안하다. 시즌 중간에 팀을 나간 테렌스 레더 대신 데려온 스콧 메리트(30·208㎝)는 아직 팀에 적응중이다. 벤치 멤버들의 활약도 미미하다. 왼쪽 발목을 수술해 전력에서 빠진 슈터 김동욱(31·194㎝)의 공백을 메울 선수도 없다. 해결사 구실을 했던 김동욱만 한 선수가 없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막판 승부처에서 실책을 자주 범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모비스전에서 오리온스는 3쿼터 초반까지 접전을 펼치다 실책 6개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지난 15일 전자랜드전에서도 4쿼터 중반까지 앞서다 전태풍이 혼자 실책 3개를 범하며 역전패했다. 추일승(49) 오리온스 감독은 "팀 경기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이 한쪽으로 편중된다든지 잠깐씩 놓치는 수비가 치명적 결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부족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