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싱(유통·서비스)에만 집중, 영양 결핍이 성과 부족을 가져왔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5월 위기에 빠진 NHN 한게임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은상(39) NHN 게임부문 대표의 진단과 해법이다. 국내 게임회사 빅3 중 하나인 NHN 한게임은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행성 비판에 비중을 줄이고 그 빈 자리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스포츠게임 등 정통 온라인게임으로 대체하려고 했다.
그래서 게임개발사들의 작품을 퍼블리싱하는데 주력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부진에 빠졌다. 이에 한게임은 대표를 전격 교체하고 조직 개편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게임의 대수술을 맡은 이 대표는 7개월 간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으며 정중동 행보를 해왔다. 이제 준비를 마치고 2013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는 이 대표를 최근 만났다.
-NHN 게임부문 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NHN으로부터 게임을 맡아달라는 진지하고 정중한 요청이 있었고 개발사(아이덴티티게임즈)를 운영하면서 보다 규모있는 사업 추진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몇 달 간 장고 끝에 NHN의 역량있는 분들과 새로운 전략을 잘 버무리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 NHN 입장에서도 외부(야전)에서 경험한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일종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이 아닐까 한다."
-게임 퍼블리셔로서의 한게임을 평가한다면. "전통있고 좋은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게임산업에 대한 순수성이 있다. 밖에서는 NHN이 게임사업에 대해 소극적이 아니냐라는 루머도 있지만 아니다. 경영진들과 직원들의 열정이 크다. 외부가 빠르게 변화해서 최근 내부 사업조정이 불가피했지만 다시금 NHN 한게임의 사업활성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NHN은 캐주얼게임에 아주 강한 DNA를 보유하고 있어 좋은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게임은 '퍼블리싱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게임 유통·서비스사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게임사업은 퍼블리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미있고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퍼블리싱)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게임은 (자신의 플랫폼을 믿고) 퍼블리싱 사업에만 집중해 영양 결핍에 걸려 총체적인 성과 부족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한게임 전략은. "그동안 진행했던 플랫폼을 통한 게임 띄우기 전략과는 다른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NHN의 축이 플랫폼(게임포털 한게임, 검색포털 네이버, 모바일 라인)이라면 나의 축은 콘텐트다. 게임 본연의 재미,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재미를 줘야 한다. 리스크테이킹(위험 감수)이 필요하더라도 창의적인 게임에 투자를 계속 해야 한다. 또 퍼블리싱 뿐 아니라 개발·투자 등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축을 다변화해야 한다."
-요즘 애플의 앱스토어, 카카오톡 등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슈퍼마리오'가 30년 이상 인기를 얻듯이 게임이 플랫폼보다 더 오래 간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은 대게 10년 주기를 넘지 못한다. 콘솔 등 수많은 플랫폼이 있어 왔고 QQ 메신저·MSN 메신저 등 과거에도 메신저에 게임을 붙이는 플랫폼이 유행했다. 게임사업자의 몫은 플랫폼을 창출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그 시점에 많이 깔린 이용자 접점(플랫폼)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전략 중에 하나다."
-내년 사업의 초점은. "스포츠·RPG·스마트폰 게임의 개발 및 퍼블리싱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다. 처음 왔을 때 한게임은 무려 200개 이상의 게임이 있었다. 이들을 모두 핸들링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이 줄였으며 그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오는 27일 선보이는 '위닝일레븐 온라인'이 경쟁작 '피파온라인3'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위닝온라인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피파3는 나온 지 7년 된 타이틀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 2~3년 뒤에 긴 호흡으로 평가해주었으면 좋겠다. 코나미(원저작권사)와도 장기계약을 했다. 로드맵을 잘 짜고 운용의 묘미를 발휘해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응은. "스마트폰 게임은 아직 도입기이고 진화하는 단계다. 아케이드 시절 오락실이 콘솔이나 PC의 보급으로 집으로 옮겨왔다면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는 오락실을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대혁명이 벌어졌다. 여기에 맞춰 다각도로 준비할 계획이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용 게임도 다수 준비하고 있다. '피쉬아일랜드'가 월 매출 20억원을 넘어 내부조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위기라고 한다. "요즘 시장은 8m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옛날에도 이런 때가 있었다. 2000년초 수백 종의 플래시게임이 쏟아졌을 때, 피처폰에서 수십 종의 타이쿤이 유행했을 때, 멀리는 아타리 쇼크(80년대초 질 낮은 게임 개발로 비디오게임이 안팔린 사태) 때 등이다. 어쨌든 그걸 뚫고 성장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모바일게임의 성장 속에서도 재미있는 PC 온라인게임에 대한 니즈는 계속 있다. 온라인게임도 뻔한 답습보다는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양한 혁신으로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한게임 수장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은. "한게임이 재미있고 해외에서 호평받는 게임을 꾸준히 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임콘텐트 회사로 만들고 싶다."
◇이은상(39) NHN 게임부문 대표는 1999년 데이콤 인터네셔널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SK·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웹젠을 거쳐 2007년 게임개발사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설립했다. MORPG '드래곤네스트'를 개발, 2007년 중국 게임회사 샨다게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를 시작으로 북미·일본·대만 등에 잇따라 진출했다. 샨다게임즈는 2010년 9500만 달러(1100억원)에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