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수입차 돌풍은 거셌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11월까지 12만195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늘어났다. 올 연말까지 13만대 이상의 판매가 기대되고 내년에는 1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연비·신차'라는 3박자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국산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2년차 관세가 5.6%에서 3.2%로 내려가면서 유럽차 가격이 내려갔다. 국내 수입차 중 유럽차의 점유율은 75% 정도다. 3000만원대 차들이 속속 들어왔고, 2000만원대 수입차도 찾아볼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 입장에선 수입차에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BMW가 3000만원대의 1시리즈 해치백을 국내 최초 출시했고, 폭스바겐은 신형 파사트를 종전보다 48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춰 큰 호응을 얻었다. 푸조는 2000만원대 후반 준중형 차량인 푸조208을 내놓으며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산차보다 뛰어난 연비도 판매량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은 디젤차가 대중화되면서 수입차가 주목을 받았다. 올 11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는 50%가 넘는다. 폭스바겐은 국내 판매 차량 중 90%가 디젤차다. BMW와 아우디는 디젤차 비중이 각각 70%, 60%에 달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디젤차가 '시끄럽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있다. '연비가 좋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모습도 판매량 증가에 큰 도움을 줬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부진에 빠진 일본차가 연말 대거 신차를 내놓으며 2013년 전망을 밝게 했다. 도요타는 미국산 캠리를 국내에 출시해 일본차 시장을 이끌었다. 이어 시에나·벤자 등 대형차를 들여오면서 모델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닛산은 알티마, 혼다는 어코드를 내놓으며 중형차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어난 데 비해 애프터서비스(AS) 문제는 여전했다. 폭스바겐 고객들은 소음 문제가 나아지지 않아 여전히 불만이 많고, BMW도 일부 신차에 부식된 시트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가 싼 가격과 고연비를 내세워 배만 불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좋은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