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문다. 한국야구도 다사다난했던 2012년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2013년을 준비하고 있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의 유행어를 통해 2012년 한국야구를 결산했다. 유행어는 세태를 반영한다. 올 한 해 그라운드에도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과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스포츠 2팀
▶야~ 안돼!(김원효)/승부조작·입시비리
올 초 프로배구의 승부조작을 조사하던 검찰의 수사망에 프로야구가 걸려들었다. 그 결과 LG 투수 박현준(26)과 김성현(23)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처분을 받았다. 연말에는 양승호 전 고려대·롯데 감독 등이 금품을 받고 고교 선수를 대학에 입학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야구계의 도덕 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감사합니다~람쥐(김준호)/사상 첫 700만 관중
코흘리개 꼬마부터 70세 노인까지 야구장을 찾았다. 올해 정규시즌 532경기에 총 715만6157명의 관중이 들었다. 프로야구 31년 사상 첫 한 시즌 700만 관중 돌파다. 8개 구단의 총 입장수입 역시 633억5612만364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장을 찾아 울고 웃은 야구팬들 여러분, 감사합니다~람쥐.
▶강해도 너~무 강해(김대성)/삼성 정규시즌·한국시리즈 2연패
삼성이 2년 연속 통합 우승(정규시즌ㆍ한국시리즈)을 달성하며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알렸다. 투타의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SK를 4승2패로 따돌렸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을 맴돌며 ‘갈기 빠진 사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올라갈 팀은 결국 올라갔다.
▶얘들 왜 이러는 걸까요(황현희)/김현수 나지완 말싸움
7월3일 광주 경기 9회초 두산 프록터(35)가 던진 공이 KIA 나지완(27)의 머리 위로 날아가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경기가 재개된 후 2루까지 진루한 나지완은 두산 좌익수 김현수(24)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신일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둘이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TV 전파를 탔다. 앞으로는 그라운드에서는 공만 주고 받는 걸로.
▶애매~합니다잉(최효종)/LG의 투수 대타 기용 논란
LG는 9월12일 잠실 SK전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에서 대타로 신인투수 신동훈(18)을 내보냈다. SK의 투수 교체에 대한 항의였다. 김기태(43) LG 감독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다가 다시 죽이는 것 같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논란이 일었지만, 김 감독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포기했다는 사실만은 애매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김기리)/롯데 관중 퇴장·레이저 공격
6월1일 사직 롯데-넥센전. 3루측 익사이팅존에 앉아있던 한 남성 관중이 5회말 넥센 박병호의 타구를 몸을 내밀어 글러브로 건져올렸다. 결국 인정 2루타가 됐고 이 관중은 경기 방해 행위로 퇴장조치됐다. 9월19일 사직 경기에서는 롯데가 0-7로 대패하자 경기 후 이만수 SK 감독의 얼굴을 향해 레이저를 쏜 '민폐 종결자' 관중도 있었다.
▶9구단 만들면 뭐하겠노(김대희)/홀수팀 체제 파행 운영 우려
9구단 NC가 창단했지만 '좋다고 소고기 사먹는' 건 조금 미뤄야할 것 같다. NC가 1군에 진입하는 내년에는 홀수팀 체제로 8팀이 경기를 하면 1팀은 쉬어야 한다. '2~4일간 쉰 팀' 혹은 '2~4일간 쉴 팀'과 유독 많이 붙는 팀이 생겨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KBO는 내년 시즌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브라우니, 물어!(정태호)/10구단 창단 가까스로 승인
브라우니의 인내심이 조금만 부족했다면 정말 '콱' 물어버릴 수도 있었다. 기존 구단들은 10구단 창단에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하네'라는 말은 야구판에서도 적용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선수들이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등의 단체행동에 나서자 결국 10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신보라)/박병호 서건창 인생 역전
누가 이들의 야구 인생 끝났다고 했던가. 박병호(26·넥센)는 31홈런을 기록하며 해묵은 거포 갈증을 단숨에 풀어냈다. 1루수 골든글러브와 정규시즌 MVP도 그의 몫. 신고선수와 방출 등 갖은 굴곡을 겪은 서건창(23·넥센)도 신인왕을 차지하며 '야구 인생 9회말 투아웃'에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죽기살기로 뛴 결과는 달콤했다.
▶우리 헤어지자(송준근)/감독 교체·FA 이동
유난히 감독 교체가 잦은 한 해였다. 한대화(전 한화)·김시진(전 넥센)·양승호(전 롯데) 감독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김응용·염경엽·김시진 감독이 각각 새 지휘봉을 잡았다. 프리에이전트(FA)들의 이동도 활발했다. 홍성흔(36)이 4년 만에 롯데를 떠나 친정팀 두산으로 컴백했고, 김주찬(31·전 롯데)은 총액 50억원에 KIA행을 확정했다.
▶괜히 괴물이 아니무니다(박성호)/류현진 다저스행·이대호 맹활약
12월10일, 한국 프로야구의 31년 '꿈'이 실현된 날이다. '한국산 괴물' 류현진(25)은 6년간 총 3600만 달러(약390억원)의 대박을 터트리며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일본 진출 첫해를 맞은 이대호(30·오릭스)는 타율 0.286에 24홈런 91타점을 기록하며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열도에 전했다. 무대를 가리지 않고 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저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닙니다(정경미)/이종범·박찬호 은퇴
'바람의 아들'과 '코리안 특급'이 '은퇴'라는 두 글자와 마주했다. KIA에서 은퇴한 이종범(42)은 스승 김응용 감독이 부임한 한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박찬호(39)는 미국에서 야구 경영을 공부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다. 그들에게 '은퇴'는 또 다른 야구 인생의 시작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