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뱀의 해가 밝았다. 옛부터 뱀은 '지혜의 상징'으로 꼽힌다. 2013년 프로야구에 지혜와 패기를 동시에 갖춘 1989년생 '뱀띠 스타'가 떠오른다. 올 시즌 1군에 진입하는 NC의 좌타 외야수 나성범(24)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2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0번)로 지명된 나성범은 김경문(55) NC 감독의 권유에 따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첫해부터 펄펄 날았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03(남부리그 3위)·16홈런(1위)·67타점(1위)·29도루(2위)를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리그 다승왕 이재학과 함께 NC의 투타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나성범은 2012년 12월의 마지막 날을 고향 광주의 한 교회 수련원에서 보냈다. "그 유명한 '교회 오빠'냐"고 묻자 그가 의젓하게 답했다. "마지막 날이라고 뜰떠서 술 마시고 놀면 뭐하나요. 차분하게 2013년을 맞이하는 게 낫죠."
-뱀띠해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뱀띠해'의 첫날은 고향에서 맞이했다.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 수련원에 왔다. 사실 2013년이 뱀의 해인지 몰랐다. 마침 내 띠가 우리 팀이 1군에 진입하는 해와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기분이 좋다. 서건창(넥센)·박지훈·김선빈(KIA)이 동갑내기 친구인데, 이제 다 함께 1군에서 뛸 수 있게 돼 설렌다."
-최근 특별지명과 프리 에이전트(FA) 영입으로 팀에 변화가 생겼다. 이호준·송신영 등 대선배가 들어왔다.
"두 분을 처음 본 순간 후광이 비쳤다.(웃음) 이호준 선배는 나를 보시고 '네가 걔구나'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선배님이 내 존재를 알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송신영 선배는 첫 인상이 무서웠다. 선뜻 다가서기 어려울 만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팀에 선배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왔다. 틀이 잡힌 것 같다."
-그만큼 1군 주전 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선배들이 오셔서 반갑기는 한데 포지션이 겹치는 경우가 생겨 긴장도 했다. 프로는 경쟁의 연속이다. 최근에는 동기 12명이 방출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서로 눈치도 보고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실력과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저 선수보다 더 해야지, 지지 말아야지' 하고 이를 악무는 게 보인다.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겠다."
-올해 1군에서 꼭 상대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TV에서만 봤던 오승환(삼성) 선배의 '돌직구'를 직접 쳐보고 싶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고, 다들 치기 쉬운 공이 아니라고 한다. 오승환 선배와는 지난해 초 각 구단 야구선수 신년 인사 촬영장에서 만난 뒤 가끔 안부인사를 드린다. 맨 처음 선배를 보고 체격이 정말 좋으셔서 놀랐다.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오승환 선배의 몸은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내게 '1군 오면 내 공 살살 쳐'라고 농담도 하셨다."
-1군 출전 준비는.
"각 구단 '에이스'들의 데이터와 투구 장면을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1군 선수들은 퓨처스리그 선수들보다 컨트롤과 구위가 월등하게 앞선다. 투 스트라이크에 몰리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내가 불리하다. 어떤 투수가 나오더라도 3구 안에 끝내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집중견제' 대상이었다. 몸에 맞는 공을 33개나 기록했다. 2.85경기당 한 번씩 맞았다는 뜻인데.
"올 시즌에도 지난해 못지않게 맞을 것 같다(웃음). 타격할 때 앞 다리가 안으로 들어가는 크로스 스텝이라 몸쪽 공을 피하기 쉽지 않다. 상대 투수들도 몸쪽 승부를 많이 했고, 몸에 맞는 볼이 점점 많아졌다. 한 경기에 두 개 맞은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욱'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견제구가 날아와도 두렵지 않을 만큼 단련이 됐다. 1군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이겨내겠다."
-지난 시즌 아쉬운 점과 2013년 목표를 꼽는다면.
"시즌 중반에 도루를 하다가 발목이 접질리면서 보름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타자 전향을 한지 일년밖에 안됐다. 남들보다 경기를 더 많이 뛰어도 모자란데 벤치에 앉아 있으니 속상했다. NC는 1점을 소중히 여기는 팀이다. 감독님께서도 '뛰는 야구'를 원하신다. 적극적으로 뛰면서 허슬 플레이를 하고 싶다. '신인왕'같은 상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홈런왕'보다는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타점왕'을 목표로 거침없이 달리겠다."
-팬들에게서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인간 나성범의 목표가 있다면.
"아직 알아보시는 팬들이 거의 없다.(웃음) 여성보다는 남성 팬들이 더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 같다. 원래 남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남자가 진짜 매력남이다.(웃음) 평소 술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쉬는 날에는 나가서 놀기보다 집에서 쉬거나 운동을 한다. 여자친구도 없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 NC에 입단할 때 받은 계약금(3억원)으로 이전보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갔다. 우리집 같지 않게 좋아 기분이 묘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적금도 붓고 있다.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 효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