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성악가 중에 나만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조수미(51)는 축구 경기를 보면서 소리지르고, 태권도 발차기를 서슴없이 하는 열혈 스포츠우먼이다. 지난해에는 SNS에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윔블던 테니스 대회, K-리그 소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조수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공연하는 게 힘들지만, 스포츠를 보면서 힘을 낸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언제부터 좋아했나."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했다. TV에서 축구 경기를 해주는 날이면 온 가족이 목을 빼고 중계를 시청했다. 또 운동신경이 좋았다. 학창시절에 달리기도 항상 1등이었고, 팔씨름도 거뜬하게 이겼다. 초등학교 때 필수로 태권도와 피겨스케이팅도 배웠다. 아직도 태권도 기본자세나 발차기를 할 줄 안다. 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할 줄 안다고 하니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도 점프같은 고난도 기술은 못하지만 간단하게 도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특별히 축구를 좋아한다고 들었다."1983년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면서 축구에 푹 빠졌다. 이탈리아는 축구의 나라다. A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국회까지 문을 닫을 정도다. 축구를 모르면 대화에도 끼지 못해 자연스레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됐다. 축구는 오페라하고 비슷하다. 오페라는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야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축구도 개개인의 역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이길 수 있다."
-좋아하는 축구팀이나 축구 선수가 있나."이탈리아 축구를 좋아한다.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경기도 다 챙겨봤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의 전술도 잘 안다. 그래서 SNS에 마리오 발로텔리, 안토리오 디 나탈레 등의 선수에 대해 썼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를 즐겨본다. 요즘에는 AC밀란을 응원하고 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쉽다. 한 때는 로마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를 좋아했다. 잘생긴 외모에 호감이 갔고, 화려한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헐리웃 액션으로 퇴장당하고, 유로 2004 덴마크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는 등의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애정이 사라졌다. 그래도 그의 삶의 방식은 존경한다. 토티는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도 전부 유기견 센터에 기부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 누구를 좋아하나."아무래도 박지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박지성은 동양인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유럽에서 동양인 성악가로 활동하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 상황이 좋지 않고, 박지성 본인도 부상으로 힘들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또 2012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구자철이 멋있었다. 또 해외에서 뛰는 기성용, 김보경 등도 알고 있다. 독도 세리머리로 곤혹을 치른 박종우도 안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뛸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전에 무엇보다도 K-리그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산다면, K-리그의 열렬한 팬이 됐을 것이다."
-축구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축구 중계를 하는 게 꿈이다. 공연때문에 직접 경기장에 가서 축구를 보지 못하는 대신 중계는 꼭 챙겨본다. 자연스레 여러 채널을 돌려가며 중계를 분석하게 됐다. 위트있는 중계를 좋아한다. 너무 잘하다고 칭찬만 하기보다는 단점도 꼬집는 중계를 하고 싶다. 차범근 해설위원 중계도 재미있다. 아무래도 현역에서 뛰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 축구선수로 뛰는 아들 차두리 이야기도 종종 해서 재미있다. 나도 4-4-2, 4-2-3-1 등 축구 전술이나 오프사이드 같은 규칙도 알고 있다."
-스포츠 대회 홍보대사로 활동을 많이 했다."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성악가 중에 나만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2002 한·일 월드컵,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다. 그 외에 남북이 공동입장했던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제 스포츠 대회 주최에서 안 불러주면 무척 서운할 정도다. 스포츠는 내 삶의 활력소다. 해외 공연을 다니면 피곤하지만, 스포츠 경기를 보며 힘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거나 직접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길 바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