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팔불출' 시대는 갔다. 가정에서 잘 하는 사람이 집밖에서도 빛나는 법. '광주구장의 로맨티스트' 김상현(32)·이용규(28·이상 KIA)의 2013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상현…'아내를 위해서라면 설거지와 요리 쯤이야'
지난 12월 어느 늦은 저녁.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김상현의 목소리에 바쁜 기색이 느껴졌다. "뭐하고 계셨느냐"고 하자,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방금 막 설거지 마쳤어요. 청소도 하고요. 아유. 집안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네요."
끝이 아니었다. 이날은 아내를 위해 직접 국도 끓이고 반찬도 만들었다고 한다. 김상현은 "오늘은 저녁 식사도 직접 준비했어요. 김치찌개도 끓이고, 계란 프라이도 하고, 밥도 하고요. 저도 혼자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요리 잘해요"라며 밝게 웃었다. KIA의 중심타선으로 호쾌한 홈런을 쏘아올리는 김상현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비시즌만이라도 아내와 아기 곁에 머물고 싶다. 김상현의 아내 유미현씨는 오는 16일께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첫째 아들 이름이 '도윤'인데 워낙 장난꾸러기에요. 지금도 옆에서 놀아달라고 해요. 둘째는 엄마 뱃속에서 좀 얌전하라고 '순둥이'라고 태명을 지었어요"라며 "아내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데 집사람이 입이 짧아서 많이 먹지 못해서 걱정입니다"고 말했다.
야구선수들은 일년의 대부분을 집 밖에서 보낸다. 정규시즌에는 원정경기를 가고, 겨울과 봄에는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홈경기가 끝나면 재빨리 귀가하지만 아들과 아내가 잠을 잘 시간이다. 그는 "사실 좋은 아빠나 남편은 아닙니다. 평소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요즘에도 이런저런 구단 행사로 외출할 때도 있어요"라며 "이렇게 잠깐 짬이 날 때만이라더 뭐라도 챙겨주려고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어요. 제가 요리하는 걸 아내가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와이프는 지금 이순간에도 제 걱정때문에 마음을 쓸 거에요"라고 했다.
이용규…'올해는 확실하게 잘해서 아내를 GG시상식장에'
이용규는 지난달 11일 손아섭(롯데)·박용택(LG)과 함께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분에 뽑혔다. 그는 "지난시즌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해서 제가 뽑힐거라고 기대를 못했어요. 타율도 낮고요. 다른 분들 축하한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라고 했다. 아내도 데려오지 못했다. 함께 왔다가 상을 받지 못하면 아쉬워 할까봐서다. 이용규는 "'긴가민가'한 성적이었잖아요. 기대했다가 못 받으면 와이프가 마음 아파할 것 같았어요"라고 전했다.
얼굴만큼 속도 깊은 아내다. 유하나씨는 요리사 자격증이 있을 만큼 남편 밥상에 신경을 쓴다. 평소에도 10가지 이상 반찬을 식탁에 올린다고 한다. 그는 "10첩 반상을 받아요. 우리 집사람은 저 때문에 포기 한 것이 많습니다. 정규시즌에도 늘 제 위주로 사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이번시즌에는 '확실하게' 잘해서 아내를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데려오고 싶다. 이용규는 생애 두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이었던 지난해에도 아내를 초대하지 못했다. 외야수 후보군이 워낙 쟁쟁했기 때문. 그는 "공교롭게도 2년 연속 와이프가 참석하지 못했어요. 올해는 '확실하게' 잘 해서 하나씨와 함께 시상식장에 가고 싶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