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앞에 선 서정원(43) 수원 삼성 감독은 무표정했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뒤 친정팀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실시한 감격의 첫 훈련이었지만, 감독의 무게감을 보여주기 위해 기쁜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는 "즐겁게 하자. 그러나 진지함을 잃지는 말자"고 짧게 말했다. 선수들의 우렁찬 기합소리를 들으며 돌아선 뒤에야 비로소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서정원(43) 감독 체제로 거듭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첫 훈련과 함께 새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소재 클럽하우스에서 코칭스태프 전원과 국내파 선수 31명이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한파 탓에 선수들의 입에서 연신 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왔지만, 누구 하나 추위에 굴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다. 수원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오스트리아 리그에 진출해 잘츠부르크와 리트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며 국제 감각을 쌓았다. 올림픽대표팀 시절 인연을 맺은 독일인 스승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과 꾸준히 교류하며 조언을 구하는 한편,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 윤성효 전 수원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지도자 이력을 쌓았다. 2007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5년 간 절차탁마한 끝에 고대하던 사령탑의 자리에 올랐다.
첫 트레이닝의 강도는 생각보다 셌다. 첫 훈련인 만큼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 이상을 요구했다. 신체의 주요 근육을 강하게 자극하는 코어 트레이닝으로 워밍업을 마친 뒤 600m 가까이 되는 트랙 10바퀴를 돌도록 했다. 이후 볼을 이용한 마무리 훈련으로 감각을 깨웠다. 땀이 비오듯 떨어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부터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을 비롯해 이병근(40) 수석코치, 최성용(38) 코치, 고종수(35) 코치 등이 선수들과 함께 트랙을 돌았다. 서 감독은 "수원의 새 코칭스태프는 젊지만 각자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됐다"면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픈 코칭스태프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첫날부터 함께 뛰었다"며 웃었다.
화성=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TIP: 서정원 감독 첫 미팅에서 한 말은....
서 감독은 첫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과 모여 선 자리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는 한편, 공평무사한 선수 기용을 약속했다. "어떤 경기에서든 그라운드에는 최고의 선수 11명이 나서겠지만, 앞으로 우리 팀에서 '정해진 11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가장 컨디션이 좋고, 해당 포지션에 잘 어울리는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실력과 상관없이 차별받는 일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의 올 시즌 목표는 '공격축구'와 '재미있는 축구'로 정했다"면서 "수원다운 공격축구를 실현해가다보면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두려워하지 않겠다.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