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된 '무릎팍도사'에는 할리우드 영화감독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가 출연했다. '무릎팍도사'에 외국인 게스트가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 당초 언어의 장벽이 문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동시 통역으로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고, 진행은 기대 이상으로 매끄러웠다. 또 일일 보조 MC를 맡은 개그맨 김영철과 깜짝 손님으로 출연한 배우 배두나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해 언어 차이로 인한 불편함과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강호동의 풍부한 표정과 리액션도 워쇼스키 남매와의 친밀감을 조성하는 데 한 몫했다.
이날 '무릎팍도사'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배두나는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캐스팅 과정을 설명하던 중 "오디션을 위해 매니저도 없이 혼자 미국에 갔다. 워쇼스키 남매가 티켓을 한 장만 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갔다)"고 말했다. 이에 강호동이 "나도 미국 시카고에 있는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워쇼스키 남매는 "당신도 한 장만 주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강호동은 되레 "스케줄이 안 되서 조정해봐야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워쇼스키 남매가 "배두나에게 배운 한국어"라며 "대박"을 외치고, "요즘 뜨는 한국어도 배웠다"며 "행쇼(행복하십쇼)"를 말하는 모습도 재밌었다.
라나가 성전환수술을 결심한 이유와 자살을 결심할 만큼 힘들었던 청소년기를 얘기를 꺼냈을 때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라나는 "어렸을 때 내 성적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많이 괴로워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봤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내가 만약 남자에서 여자가 된다면 영화감독이나 각본가로서의 꿈을 이룰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힘겹게 털어놨다.
이어 "10대 시절 많은 방황을 했다. 심지어 자살을 결심했었다"며 "긴 유서를 쓰고 기차역에 갔다. 그 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뛰어내리려고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다가왔다.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나의 할머니가 쓰던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나를 본능적으로 쳐다봤다. 그 사람 앞에서 차마 자살을 할 수 없었고, 오늘 이 자리에 그 분 덕분에 있을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워쇼스키의 남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은 강호동은 "오늘 비록 언어는 통역의 도움을 받았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한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시청률은 6.2%(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비록 동시간대 꼴찌에 그쳤지만 방송 관계자는 "도전정신이 아름다웠다"고 입을 모아 극찬했다. 관계자는 "토크쇼에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인을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과감한 도전이었다"며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진행도 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