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성민(40) 전 두산 코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사망 이틀째인 7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유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입관식이 치러졌다. 조성민의 전 에이전트인 손덕기씨는 "조성민의 마지막은 자고 있는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딸 준희가 '아빠 잘 가, 좋은 곳에서 엄마 만나'라고 했고 아들 환희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맴사가 합당하다'는 부검의 의견이 나왔다"며 "애초 예상대로 사건을 자살로 매듭지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8일 오전 7시30분 발인제 뒤 성남 화장장을 거쳐 오후 1시30분에 분당 추모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야구 해설하려 했는데…"
고인은 올 시즌 프로야구 해설을 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 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조 전 코치가 올 시즌 중계해설 및 하이라이트 출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며 "계약조건까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조 전 코치는 야구만큼 사람도 그리워했다. 그는 올해 첫날 다수의 지인들에게 모바일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농담까지 던지며 평소와 다름 없이 안부를 물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부 문자 뒤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신경현은 "문자를 주고 받다가 이상하다 싶어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더라. '힘들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만 한 뒤 통화를 마쳤다.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산 김강률은 "1월1일에 코치님께 안부 문자를 보내드렸다"며 "곧바로 장문의 답장이 왔다. 올 시즌 더 잘하라고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2군에 있을 때 재활군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라고 했다.
◇"아버지, 효도할게요"
7일 빈소를 찾은 허구연(62) MBC 해설위원은 “(조)성민이 아버지(조주형씨)가 아들이 보냈던 문자들을 보여주면서 눈물을 계속 흘리시더라. 며칠 전에 성민이가 아버지가 입원 중인 병원에 찾아와 아버지의 손을 잡고는 ‘효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더라”고 안타까워했다. 허 위원은 고인에 대해 “겉은 단단해보여도 속은 여린 친구였다. ‘야구 쪽에 있으면서 코치직 말고도 할 일은 많다.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살아라’라고 얘기해주곤 했다”고 회고했다.
고려대 선배이자 같은 시기에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선동열(50) KIA 감독은 7일 광주구장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부부가 함께 자살로 생으로 마감했다. 이런 비극이 또 있겠는가 싶다"며 "전 부인이었던 최진실씨와 함께 결혼 전 인사를 오기도 했는데…. 지난 1일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안부 문자도 보내왔었다"고 했다. 선 감독은 "일본 시절 이따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만났다. 1990년대 최고의 볼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공이 참 좋았다. 투구폼이 김광현(SK)처럼 역동적이었는데 결국 부상 때문에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고 수술대에 올랐다"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