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레저기업인 대명그룹 2세들이 3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개인 회사를 그룹 계열사에 198억원에 매각해 4년만에 66배가 수익을 거둬 논란이 일고 있다.
대명그룹 2세들의 놀라운 재테크(?) 비법을 알아봤다.
대명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대명엔터)는 지난해 11월21일 기안코퍼레이션(기안) 지분 6만주를 198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영상보안장비 제조업체인 대명엔터는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계열사인 기안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대명엔터가 인수한 기안은 지난 2008년 설립된 회사다. 자본금 3억원에 지분 100%를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의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서 창업주의 장남인 서준혁(33) 대명엔터 대표가 70%(4만2000주)를, 서 창업주의 두 딸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기안은 설립 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매출은 2009년 311억원에서 2010년 828억원, 2011년 995원으로 매년 늘었다. 순이익도 2009∼2011년에 각각 12억원, 36억원, 19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은 2009년 157억원에서 2011년 233억원으로 늘었다. 직원도 100여 명에서 200여 명으로 증원됐다.
기안의 이같은 초고속성장의 비결은 계열사 내부거래다. 2011년 매출 996억원 가운데 613억원(62%)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대명레저산업(383억원)과 대명건설(211억원), 디엠에스(10억원), 대명홀딩스(9억원) 등이 기안에 일감을 준 대명그룹 계열사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룬 ‘알짜기업’을 대명그룹 2세들은 지난해 11월 24일 대명엔터에 팔아버린다. 갑작스러운 매각의 이유는 기안의 사업내용이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특수관계법인 간의 부당 내부거래에 따른 이익을 개인지배주주에 대한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해당 법인의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적용된다. 2011년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를 기안에 적용하면 지분 100%를 소유한 서준혁 대표를 비롯한 서경선 서지영 세 사람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매년 기안의 영업 이익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서준혁 대표 등이 서둘러 기안코퍼레이션을 매각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안을 대명엔터에 매각하면서도 이익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기안은 2012년 9월까지의 매출액이 1160억원에 이르며 당기순이익은 36억원이다. 장부상 자산가치는 주당 15만원 정도다. 그러나 대명엔터는 기안의 주당 가치를 33만원으로 평가해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명엔터는 기안의 가치를 미래의 자산 가치를 파악하는 현금흐름법을 이용해 서준혁 대표 등 기안 대주주들에게 유리하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은 대주주 개인 회사를 계열사가 비싼 가격에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회사이익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일반적으로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현금흐름법을 사용하는데다 영업전망과 관련해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불법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대주주가 자신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회사를 인수하게 하면서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했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행위이고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안코퍼레이션과의 합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21일 주당 4670원이던 대명엔터의 주가는 이틀후인 11월23일 3940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서준혁 대표는 이번 거래를 통해 약136억원을, 서지영 서경선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이와관련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대명그룹 2세들은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고 비판했다.
대명레저산업을 비롯해 18개 계열사를 보유한 대명그룹은 2001년 서홍송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부인인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과 그 자녀 등 특수관계인인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의 지분 77.4%를 보유하고 있다. 서 창업주의 외아들인 서준혁 대표는 대명레저산업 이사·신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대명엔터프라이즈·기안컬처테인먼트·기안라이프웨이 대표이사 사장과 대명홀딩스·대명레저산업·대명건설 등기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합병 전까지 기안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사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