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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158.계사년의 국운
계사년의 해가 밝았다. '계사(癸巳)'는 '계 수(水)'와 '뱀 사(巳)'로 검은 뱀, 혹은 물뱀을 상징한다.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계(癸)의 물기운과 사(巳)의 불기운이 상충한다 하겠다. 마치 목욕탕처럼 냉탕과 온탕이 반반으로 갈라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부터 지혜로운 영물이었던 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현명하게 대처할 테니 말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크게 변화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첫 해가 된다. 차기 정부의 화두는 ‘야무유현 만방함녕(野無遺賢, 萬邦咸寧)’이다. '서경(書經)'에 나온 말로 요순시대 우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들판에서 헤매게 하지 말라. 그러면 세상이 함께 평안해진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계사년은 머리 좋은 물뱀이 물 밖으로 나오는 해다. 그 동안 물속에 몸을 숨겼던 뱀들이 슬슬 바깥세상으로 기어 나온다. 초야에 묻혀있던 숨은 실력자들이 등용되기에 안성맞춤인 해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 있다면, 북한에는 ‘김평남(김일성대학·평안도 출신·남자 위주의 사회)’이 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충영(친박·충청도·영남 출신)’이란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뱀의 해처럼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쓰기 좋은 해에 자기 사람 위주로만 인선(人選)한다면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과거에서 불러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 외교 천재 서희 장군을 불러올 수 없고, 전쟁의 신인 이순신 장군을 쓸 수 없듯이 이 시대엔 이 시대의 인물이 있는 법이다. 인선(人選)의 핵심은 평판이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능력일 때는 가급적 의리와 신의가 갖춰진 인물이 좋다.
무엇보다 지역색을 없애야 한다. 그녀를 지지하지 않았던 48%표의 대부분은 호남지역이다. 호남지역은 백제 멸망부터 지금까지 철저히 역사적으로 배제됐었다. 그 한을 포용하지 못하면 조선 500년 동안 소외됐던 함경도·평안도 같은 북한의 한도 끌어안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킹메이커뿐 아니라 그녀와 대척점에 있었던 호남 인사들까지 과감하게 인선(人選)에 반영해야 진정한 탕평(蕩平)이 이뤄질 수 있다.
계사년의 국운은 한 마디로 인선(人選)에 달렸다.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미래가 좌우된다. 호남의 한을 풀고,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준다면 박 당선자는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처럼 통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최초의 과반 대통령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최초로 청와대에 두 번 들어가게 됐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것은 하늘의 뜻이요, 대한민국의 국운임을 모든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2013년은 평화로운 해가 아니다. 냉탕과 온탕이 반복되는 정신없는 해다. 특히 나라에 큰 일이 수시로 닥치니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임진년에 전쟁이 일어나고 계사년엔 쉬었다. 2013년은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의 해다. 한 갑자 동안 남북이 대치했으니 이제는 분단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듯싶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려면 진통이 예상된다. 쉽게 될 일은 아니란 말이다.
올해는 제2의 천안함 사건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특히 육지보다 바다, 서쪽보다 동쪽이 위험하다. 월별로 13일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1월·3월·8월·11월 13일엔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면 한다. 박 당선자는 취임 전까지 국가 안보에 신경 써야 한다. 년초부터 북한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3년을 시작하며 동북아시아의 사령탑이 모두 바뀌었다. 일본은 우경화가 심해질 것이요, 중국은 내전 위험이 다분하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동북아 정세에 박 당선자 특유의 여성성과 지혜로움이 빛을 발할 때다.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염사한 결과 신라 선덕여왕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생김새가 남성이라기보다는 여성에 가깝다. 선덕여왕이 재위했던 7세기 중엽, 신라는 여러 차례 위기에 봉착했다. 그때마다 선덕여왕은 반가사유상처럼 고요한 결단으로 삼국통일의 기반을 이루었다. 2013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쉽지 않다. 청와대 재입성에 성공한 박 당선자에게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