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가 9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어렵게 6연패 사슬을 끊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KGC는 11일 홈에서 이번 시즌 최강팀으로 거듭난 서울 SK와 맞붙는다.
이상범(44) KGC 감독은 "공교롭게 이 시점에서 SK와 맞붙게 됐다"며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라고 말했다. KGC가 이번 시즌 고전하는 이유는 선수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주축인 오세근이 사실상 시즌 아웃이 됐고, 그 빈자리를 채워주던 김일두, 김민욱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빅맨이 없다. 할 수 없이 남은 선수들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모두 필요할 때는 자기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도 뛰고 있다. 당연히 조직력이 엉성해졌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에 손발이 잘 맞지 않지 않고, 실수가 많아졌다. 결국 6연패에 빠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뛸 선수가 없다.
그래서 전자랜드전 승리가 의미있었다.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경기 후 "이번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라고 말할 정도였다. 전자랜드는 시즌 초반 1위를 유지했을 정도로 이번 시즌 뛰어나다. 1위 SK와 승차가 조금 벌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거기다 경기 초반 KGC는 전자랜드에 끌려 갔다. 7연패의 기운이 느껴질 무렵, KGC 선수 전원이 투혼을 발휘했다. 토종 3인방은 코트에서 죽을 듯이 열심히 뛰었다. 양희종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44분53초동안 코트를 누볐다. 김태술도 44분51초 뛰었다. 최현민은 41분5초, 이정현은 40분42초를 기록했다. 양희종은 경기 후 "사실 3쿼터부터는 힘이 다 빠져있었다"며 "그래도 뛰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자랜드에서는 리카르도 포웰이 36분52초로 제일 많이 뛰었다.
이제 문제는 SK전이다. 이틀 간격으로 벌어지는 빅경기에 선수들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하루 만에 체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이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많이 줄 생각"이라며 "많이 뛴 선수들은 링겔이라도 맞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SK가 높이가 좋고, 우리와는 다르게 백업 선수도 많다"고 인정했지만 "홈에서 하는 만큼 연패를 끊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