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9위 원주 동부의 승차는 고작 3경기 반이다. 4위부터 9위까지 모두 '중위권'으로 분류된다. 아직도 팀당 20경기 정도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중위권 순위는 의미가 없다. 정규리그 마감일에는 동부가 4위에 올라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올 시즌 내내 지속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건 중위권 경쟁 양상이 '서로 올라가려는' 경쟁이 아니라 마치 '서로 내려가려는' 경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중위권의 승률이 형편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KGC가 가까스로 5할 승률(16승15패)을 맞췄을 뿐, 5위 부산 KT 이하 팀들은 모두 5할 승률이 안 된다. 공동 7위 서울 삼성, 창원 LG와 9위 동부까지 세 팀은 나란히 13승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 이런 현상은 "리그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부터 "대형 신인을 노리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경희대의 '4학년 트리오' 김종규-김민구-두경민이 동시에 나오는데, 이들 중 누구 한 명만 뽑아도 예년의 전체 1순위 선수를 뽑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기대가 크다.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면 이들을 뽑을 확률이 커진다.
그러나 중위권 팀들은 '신인 선발 꼼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 시즌 최하위를 해서 올 시즌 무슨 수를 써서라도 6강에 올라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귀화혼혈 선수를 영입한 동부와 오리온스는 "고액 연봉자인 귀화혼혈 선수까지 영입해서 6강에 탈락하려는 게 말이 되냐"며 어이없는 표정이다. 상대적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KT와 LG 역시 6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이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올라가야 할 팀'이 헤매고 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신기성 SBS ESPN 해설위원은 "KGC와 동부, 오리온스 등 강팀이 미끄러진 게 중위권 혼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강팀이 헤매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경은 SK 감독은 "대형 선수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다쳐서 실려나간 유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GC는 시즌 직전 오세근이 발목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게 치명적이었다. 만일 KGC에 오세근이 뛰었다면 SK, 모비스 등 상위팀도 안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오리온스는 시즌 도중 최진수와 김동욱이 부상을 당해 상당 기간 팀을 비웠다. 그 사이에 순위가 중하위권으로 미끄러졌다. 또 동부는 시즌 초반 박지현, 이광재가 동시에 다쳐서 빠지는 바람에 시즌 개막 때부터 조직력이 꼬여 그 후유증이 오래 갔다. 삼성은 가드 김승현이 시즌 전 목디스크 수술을 해서 4라운드 초반까지 쉬었고, 이정석도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평준화된 것도 중위권 혼전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은 역대 최악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아서 재미를 보고 있는 팀은 SK, 전자랜드 정도에 불과하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 프로농구 중간순위 (14일 현재) ---------------------------- 순위 팀 승패 승차 ---------------------------- 1 SK 25승6패 - 2 모비스 22승9패 3.0 3 전자랜드 20승11패 5.0 4 KGC인삼공사 16승15패 9.0 5 KT 15승17패 10.5 6 오리온스 14승17패 11.0 7 삼성 13승18패 12.0 LG 13승18패 12.0 9 동부 13승19패 12.5 10 KCC 5승26패 20.0 ---------------------------- * 승차는 선두와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