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된 지 한달 밖에 안된 '아이폰5'가 '버스폰'이 됐다. 버스폰은 가격이 버스요금만큼이나 싸다는 의미로 이동통신사들의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이 치열할 때 최신 인기폰이 버스폰으로 나오곤 한다.
지난 주말 일부 온라인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이폰5가 19만원에 나왔다. SK텔레콤의 아이폰5를 24개월 약정시 할부원금 19만9000원에 판다는 것. 할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을 제외하고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으로, 소비자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기기값인 셈이다. 이 판매점이 제시한 '19만원 아이폰5'은 48만5000원의 보조금에 62요금제(기본요금 6만2000원) 이상일 경우 주는 프로모션 할인 13만원을 합쳐 61만5000원을 지원, 19만9000원만 내도록 한 것. 아이폰5의 제조사 출고가 81만4000원으로 보조금이 무려 61만5000원이나 된다. 이는 방통위의 이통사 보조금 상한 가이드라인은 27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며 이통사들이 아이폰5에 대해 지급해온 13만원보다 5배나 된다.
또 SK텔레콤이 24개월 약정으로 62요금제를 사용하면 한달에 1만6000원씩, 24개월에 38만4000원의 약정 할인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18만5000원을 받고 단말기를 사는 것이다.
이같은 '버스폰 아이폰5'는 주말 중에 나왔다가 사라졌다. 휴대전화 공동 구매 카페에서 해당 내용의 공지를 주말 내내 회원들에게 뿌렸으며 '밤 10시 마감'이라며 가입을 유도했다. 특히 'SK 주말정책'이라며 신뢰성을 높였다.
아이폰5가 버스폰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판매부진이 꼽히고 있다. 당초 15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 40만대 가량 판매됐다.
여기에 이통사들이 방통위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으로 3월까지 영업정지를 당한 것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22일간 신규 및 번호 이동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다. 그래서 영업정지 전에 최대한 아이폰5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버스폰 아이폰5'는 'SK텔레콤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이통사 차원의 보조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판매점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5가 버스폰으로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KT는 이통3사 중 제일 마지막인 다음달 22일부터 3월 13일까지 20일 간 영업정지를 당한다"며 "기존 가입자를 지키거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통3사의 경쟁으로 '버스폰 아이폰5'가 한동안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