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최대 관심사인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임기 4년의 새 축구협회장을 선출한다. 대의원 24명 중 과반수의 표를 얻으면 회장에 당선된다.
판세는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의 팽팽한 양강 구도다. 양측 진영은 모두 "득표 계산이 끝났다.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하고 있다.<표 참조>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네 명이다. 정몽규 회장과 허승표 회장 외에 김석한(58) 인성하이텍 회장, 윤상현(51)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김석한 회장과 윤상현 의원은 소수 세력으로 분류되며, 정 회장과 허 회장의 박빙 승부가 점쳐진다. 향후 가능한 선거 판도 시나리오를 짚어 봤다.
◇현대가(家) 재집권?
정몽규 회장은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범 현대가'로 분류되는 고정표를 갖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 산하 연맹 8표 중 4표 이상은 정 회장의 지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축구연맹의 권오갑 회장(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여자축구연맹의 오규상 회장은 모두 현대가 출신이다. 정 회장이 출마를 위해 총재직을 사퇴한 프로축구연맹은 김정남 총재 대행체제로, 정 회장을 지지한다. 김대길 풋살연맹 회장도 지지세력으로 꼽힌다.
정 회장 측근은 "표 계산이 됐기에 프로축구연맹 총재 자리를 사퇴하고 출마한 것이 아니겠나. 프로축구연맹을 이끌며 승강제 도입 등 행정에서 능력도 보여줬다. 지방 시도협회장의 표심을 파고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축구계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7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내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있는 정몽준(62)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허승표의 삼세번?
허승표 회장은 세 번째 도전이다. 1997년과 2009년에 실패했던 허 회장은 "이번에는 자신있다"고 밝혔다. 2009년 불리한 선거 상황에서도 10표를 얻었던 허 회장은 시도 협회장 사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허 회장 캠프의 관계자는 "4년 전 시도 협회장 지지세력들이 지금도 건재하다. 개혁을 내세워 새로운 지지층 확보에 노력해 과반을 넘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지지를 받지 못했던 2~3명으로부터 지지 의사를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16개 시도협회장 선거에서 서울, 경기, 제주 3군데만 회장이 바뀌었다. 나머지 13곳은 연임이다. 최재익 서울시협회장, 백현식 부산시협회장 등은 당선 후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허승표 회장을 찍을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허 회장측은 현 집행부의 수 차례 실정으로 축구계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합종연횡? 캐스팅보트?
축구협회장 후보가 되려면 대의원 3명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추천서를 쓴 대의원 12명의 표를 이미 정해진 표로 치면, 남은 12표 중 10표 이상을 받아야 과반인 13표를 확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추천서 대로 표를 찍는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후보는 등록을 위해서 다른 후보로부터 표를 빌려 등록했다는 루머도 있다. 대의원들이 추천서는 써줬지만 비공개투표에서는 다른 표를 던질 수도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 2~3일을 앞두고 후보들간의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중등연맹, 초등연맹 등 몇몇 대의원 지지를 받는 김석한 회장은 "중도 사퇴는 없다"고 말했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가 나오지 않고 결선 투표로 간다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축구계에 인맥이 적은 윤상현 의원 역시 표심을 얻는데 한계가 있다. 결선 투표에서 사표(死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대로 갈 수 밖에 없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TIP 축구협회장 선거는 어떻게
축구협회장은 선거는 24명의 대의원이 참가하는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된다. 8개 축구협회 산하연맹 회장(프로, 실업, 대학, 고등, 중등, 초등, 여자, 풋살)과 16개 시도 협회장 등 총 24명의 대의원이 무기명 투표를 한다. 투표에 앞서 각 후보는 10분 이내의 정견 발표를 한다.
과반수 출석, 출석 대의원의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바로 회장에 선출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상위 득표 2명을 놓고 결선투표를 벌인다. 결선에서는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만약 결선 투표에서 같은 표가 나오면 축구협회 회장선거 관리규정(19조 2항)에 따라서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