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6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지 벌써 17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른 즈음에' '그날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김광석의 노래가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다른 가수들을 통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을 통해 새롭게 팬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살아있는 가수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정도. 특히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1월이면 대중문화계 관계자들과 팬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져 그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을 되새기게 만든다.
▶'라디오스타' 박학기·김광석 듀엣무대 마련해 화제
지난 3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김광석의 친구들'이란 제목의 특집을 내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박학기와 한동준 등 김광석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가수들이 초대됐다. 해마다 이맘때쯤 김광석의 '절친'들을 불러 추억을 끄집어내는 건 흔히 볼수 있었던 일.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여기에 그치지않고 박학기가 스크린에 비친 김광석과 함께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를 부르는 장면을 내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박학기는 "이 노래는 조인트콘서트에서 김광석과 함께 부르려고 했던 곡이다. 세상을 떠나기 몇시간 전까지 방송을 같이 하고 듀엣곡으로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를 부르자고 한 뒤 헤어졌다. 그날 '술한잔 하자'는 청을 거절했는데 평생 잊을수 없는 기억이 됐다"고 김광석과의 사연을 밝혀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17년전의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로 해석돼 방송후에도 널리 회자됐다. 김광석을 잘 모르는 세대들까지 이날 전파를 탄 그의 노래를 검색하고 SNS를 통해 감동을 전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17년전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이름이 올라갔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라디오스타'가 화제가 된 건 결국 김광석의 노래가 가진 감성 때문이다. 단순히 김광석과의 추억을 꺼낸것 뿐 아니라 감동을 주는 애잔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김광석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줘 대중을 열광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현상'의 본질은 노래가 가진 생명력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지난해 펴낸 책 '가수를 말하다'에서 김광석의 음악을 '삶의 읊조림'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김광석의 노래는 듣는게 아니라 흡수되는 것"이라면서 "요즘 입대를 앞둔 젊은 청년들이 김광석을 알지도 못하면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고 '서른 즈음에'를 열창하며 감성에 빠져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김광석의 목소리와 음악이 가진 감성이 실제 우리 삶과 맞닿아있다는 말로 해석가능하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김광석의 '부치지않은 편지' 등을 OST로 사용한 박찬욱 감독도 "이 영화에 김광석의 곡이 아니면 어떤 노래를 쓰겠나"라는 짧은 말로 김광석의 감수성을 극찬했다.
김광석의 곡이 동료 및 후배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며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2002년에 김경호가 '사랑했지만'을 리메이크했고, 앞서 2001년 조규찬이 조트리오 앨범을 통해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불러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슈퍼스타K4'에서 로이킴과 정준영이 함께 부른 '먼지가 되어'가 음원순위를 휩쓸었다. 덕분에 두 사람의 주된 팬층인 10대들까지 먼저 이 곡을 부른 가수 김광석에 대해 알게 됐다. 한 온라인 동호회 관계자는 "최근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통기타문화가 되살아나면서 김광석의 노래가 '교본'처럼 쓰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달16일에는 매년 열리는 김광석 추모공연 '다시부르기' 콘서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박학기와 한동준을 비롯해 이적과 박효신 등이 출연한다. 200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15개 도시를 돌며 5만명 이상의 누적관객을 모은 공연이다. 특정가수 추모공연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오롯이 김광석의 노래로만 이뤄진 뮤지컬도 나온다. 오는 4월 무대에 오르는 '그날들'과 12월 개막하는 '김광석' 등 두 편이다. '그날들'에는 김광석의 주옥같은 히트곡 28곡이 들어간다. '김광석'은 스타감독 장진이 연출을 맡았으며 김광석이 만든 노래 10여곡을 레퍼토리로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