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악연'으로 얽혔던 김동성(33)과 안톤 오노(31·미국)가 평창에서 재회했다. 김동성은 아직까지 감정의 앙금이 다소 남아있는 듯했다.
김동성은 지난 2일 평창 스페셜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릉빙상장에서 전 미국 쇼트트랙 대표 오노를 만났다. 지적장애인과 함께 경기를 하는 통합스포츠체험(Unified Sports Experience) 이벤트 자리였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김동성은 쇼트트랙 1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반칙 판정을 받아 실격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미국에서 만난 이후 이번에 3년 만에 재회했다. 그러나 김동성과 오노는 서로에게 서먹했다. 오노가 그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내보지만 김동성은 눈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갔다.
김동성과 오노는 이날 오랜만에 나란히 빙판 위에 섰다. 이들은 지적장애인 선수들과 조를 이뤄 1600m 계주 경기를 했는데, 김동성과 오노는 다른 조에 속했기 때문에 함께 달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동성은 "(오노가) 자기관리를 좀 안한 것 같더라. 살이 많이 쪘다"며 "같이 뛰었으면 걔(오노)는 나한테 졌다"고 말했다.
김동성은 후배 성시백(26)과 같은 조에서 뛰었는데, 경기 도중 11년 전 오노가 했던 할리우드 액션을 그대로 재연했다. 그는 성시백의 뒤에서 놀란 듯 손을 드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장면을 빙판 밖에서 지켜본 오노는 쓴 웃음을 지었다.
김동성은 장애인체육회 관계자와 인터뷰에서 "스페셜올림픽을 위해 강릉에 온 것이지 오노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스페셜올림픽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은퇴한 빙상 선수들이 함께 모였다"며 "오노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오노가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받아줄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강릉=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co.kr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