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정욱(23)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극 '학교 2013'에서 문제아 고등학생 오정호를 맛깔나게 연기해 눈도장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저 신인 누구야?'라며 관심을 가졌지만, 곽정욱은 벌써 데뷔 17년차 배우다. 1996년 KBS 2TV드라마 '컬러'로 데뷔한 뒤 '허준'(99) '야인시대'(02) '영웅시대'(04) '선덕여왕'(09)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의 아역을 했다. 곽정욱은 "아역배우 시절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 개성도 없고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젠 평범한 내 얼굴에 만족감을 느낀다. 도화지처럼 물감을 입히는 대로 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력만큼 무르익은 자신감을 보였다.
-반항아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뭐가 제일 힘들었나.
"오정호와 나는 한 5% 정도 닮았더라. 처음엔 '왜 이렇게 됐을까'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지만, 연기를 할수록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더라.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겠나. 학교에서 더 폭력적이 됐던 건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싶어서 였을 거다. 연기를 하는 내내 오정호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속 캐릭터 중 실제 곽정욱과 가장 비슷한 인물은.
"모범생 최창엽과 조금 비슷했던 것 같다. 밤샘 촬영을 해도 학교에는 꼭 나갔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욕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첫인상과 실제 성격이 제일 다른 출연자는 누구였나.
"이종석 형이다. 첫인상은 정말 차가웠는데 누구보다 웃기고 재밌다. 늘 주변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준다."
-촬영장에서 제일 고생스러웠던 건 뭔가.
"추위를 견디는 거였다. 난 교실 보다 당구장·공터 등에서 찍는 장면이 많았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위·아래로 내복을 5겹 정도 껴입고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종석·김우빈 형은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다리 라인이 살지 않는다며 교복바지 한 겹만 입더라. 영하 15도 정도의 날씨여서 많이 추웠을텐데 추운 내색 조차 하지 않아 놀랐다."
-극중 마음에 드는 여학생 캐릭터.
"류효영이 연기한 강주다. 털털하고 내숭 떨지않는 모습이 예쁘더라. 하지만 실제 효영이는 강주와 180도 다른 성격이다. 정말 차분하고 조용하다. 되돌아보면 학창시절에도 강주 같은 여학생이 끌렸던 것 같다. 하하."
-드라마를 보고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
"아버지 사업 때문에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미국에 있다. 가족들은 모두 '학교 2013'을 열혈 시청자다. 어머니는 마지막회에 정호가 학교를 자퇴하는 걸 보고 '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냐'며 울먹이시더라. 그리고 '네 모습과 많이 달라 연기하기 어려웠겠다.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셨다."
-왜 홀로 한국에 남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떠났었다. 하지만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홀로 한국에 돌아온 거다. 외롭고 힘들 때도 있다. 그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이 더 크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들어오는 작품은 모두 할 계획이다. 잠깐 나오는 단역으로 나오든 주인공으로 나오든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겠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