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일부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을 강매하는 등 대리점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의혹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이창섭(40) 씨를 비롯한 전·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 본사가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 '떡값'과 임직원 퇴직 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남양유업을 규탄하는 호소문과 영상을 올렸다. 그러자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이 씨를 비롯한 대리점 업주 3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남양유업은 고소장에 이들이 자료를 임의로 조작해 인터넷과 언론에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남양유업은 폭로를 주도한 이씨와의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이같은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남양유업의 횡포를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피해 대리점주들을 중심으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협의회)까지 구성됐다.
실제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 아고라에는 대리점 업주와 가족, 이웃들의 호소문이 10건이상 올라와 있으며 이같은 호소문을 보고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도 수십건 올라와 있다.
도대체 남양유업 대리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피해를 입었다는 점주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통기한 하루남은 제품도 강매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주문도 하지 않은 상품을 본사와 대리점이라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구입을 강요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경현씨(49)는 관련 영상에서 "매달 말일이 되면 목표에 맞춰야 한다며 밀어내기(강매)가 계속됐고, 못 판 물건은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떠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유제품 유통업체에서는 상품이 유통기간이 70%가 되면 상품자체를 출고하지 않고 폐기하는게 관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폐기대상 상품을 대리점에게 강매하여 처리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했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제품을 밀어내기를 은폐하기 위해 전산발주마저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창섭씨는 "각 지점 영업담당이 대리점의 전산발주가 마감되면, 주문관리(대리점 발주데이타를 본사 지령과 월간,년간 목표에 따라 마음대로 발주데이타를 수정하는 작업을 뜻하는 남양유업에서의 직원용어)라는 작업을 통해 대리점에게 상품들을 강매한다"며 "주문관리 후에는 대리점 발주데이타는 사라지고, 오직 남양유업이 마음대로 바꾼 발주데이타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련 동영상에는 대리점이 받은 발주자료와 본사가 보관하고 있는 발주데이터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떡값'에 본사 직원 퇴직위로금까지
또 남양유업 일부 영업직원들이 대리점에서 명절 떡값에, 퇴직격려금까지 받아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잇다.
과거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했다는 정승훈 씨는 "해당 지점장이 인사 발령이 나서 그만 두게 됐는데 퇴직위로금을 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해서 통장으로 입금해줬다"고 밝혔다.
이밖에 남양유업 영업직원들이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 마다 10-30만원의 돈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본사에서 지원되는 판매 장려금, 육성 지원비 등에 대해 리베이트 명목으로 10%~30% 를 요구했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이처럼 불법적인 돈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체 현금으로 요구하거나 차명계좌로 송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영업소 직원들이 월말 마감을 위해 대리점주의 신용카드를 허락없이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에서 80만원이 결제됐다고 카드회사에서 문자가 와서 확인해보니 제품값으로 결제를 했다며 다음번 상품 출고때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대리점 주장 사실무근"
이같은 주장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 업주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전단이나 방송에 나온 자료들은 임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에 곧 밝혀질 것"이라며 "우리가 업주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의 이같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7년전인 2006년에도 대리점에 상품을 강매하다 적발돼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 사진=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 제공